한국일보

현장에서-‘무자식이 상팔자?’

2007-07-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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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식이란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으로 그 이상의 귀한 선물이 또 있을까? 다만 뜻대로 자라주지 않고 애를 먹일 때 그저 지나가는 푸념조로 하는 말이지, 가져서 가장 좋은 것 중에 자식이 으뜸이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겠다.
가져서 골치 아픈 것 들이 어디 자식뿐이랴? 가정이 그렇고 친구가 그렇고 재산이 그렇고 이름(명예)이 그렇고 종교가 그렇고, 열거하려면 끝도 없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만큼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려고 온갖 애를 다 쓰고 마음도 몸도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힘에 부칠 때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거야 잠시 스쳐가는 생각일 뿐 하나도 잃을 수 없는, 잃으면 큰일 나는 소중한 것들임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아무에게도 구속 받지 않고 혼자 살면 제일 좋을 것 같지만, 우리는 짝을 만나고 아이들을 낳고 복닥거리면서 삶을 일구고 그 보금자리를 지키느라 가진 애를 다 쓰고 있다. 하루 세끼 먹는 것만 친다면 뭐 그리 힘들게 일할 필요가 있겠나 하지만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보다 좋은 교육을 시키고 보다 나은 질의 삶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바람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먼 날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가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 없이 쓸쓸히 살다가 떠나는 병상을 생각해 보라. 꿋꿋이 각자 어려울 때 어깨도 내어주고 기대기도 하면서 가는 친구는 골치 아픔을 넘어 사랑의 관계를 이루는 기본이리라. 교회 내의 분란을 보면서 차라리 안 나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예수님의 십자가 때문에 화합의 길을 향해 무릎을 꿇는 기도를 하면서 아픈 만큼 소중한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곤 한다.
재산도 그렇다. 갖고 있지 않으면 골치 아플 일이 없다.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살면 실은 편하고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 하나 고장이 나도 주인이 다 고쳐주고, 청소도 간편하고 동선이 짧아 일하는 데도 편하고 무엇 보다 온 식구가 옹기종기 복작이니 화기애애하고. 그러나 우리는 내 이름으로 된 나의 재산을 갖고 싶어 하고 경제적 부를 누리고 싶어 한다. 집을 살 돈을 모으느라 애쓰고 또 유지하며 키우느라 온갖 애를 다 쓰고 있다. 집을 장만하고 또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 투자라는 개념으로 부동산을 사게 된다. 그런데 모든 여건들이 계획하고 예상대로만 움직이면 얼마나 좋으랴?
앞을 제대로 볼 수만 있다면야 무리수를 둘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고려를 하며 투자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저런 검토를 심각하게 거치며 두드리고 두드려 건넌 다리 넘어 복병이 숨어 있는 경우도 꽤 많다. 글로벌시대를 살면서 세계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제들 까지도 부동산 가치의 등락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은 우리의 제한된 지식과 경험이 아무런 힘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나의 계획과 예상이 빗나가며 투자한 재산들이 그 생명들을 잃어갈 때, 차라리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더라면 하고 한탄을 할 수도 있다. 가진 것을 끝까지 지켜보려는 눈물겨운 노력과 그에 따른 갈등은 때로 죽음까지도 가져올 만큼 중대한 일이여서 그저 단순히 무소유가 상팔자라는 말로 덮고 넘어 가기엔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일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갖고 있어서 골치 아픈 것들은 대부분의 경우 소중하고 귀한 것들이다. 또한 깨어지고 부서지기 쉬운 것들이어서 잘 다루어야 하는 것 들이다. 서로 신뢰하며 낮은 마음으로 서로 섬기며 도와가는 마음과 자세는 가지고 있음에서 오는 골치들을 많이 덜어줄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다. 많이 가짐으로 오는 골치를 나눔의 삶 속에서 행복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래본다.

(323)541-5603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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