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금문교 ‘비화’(悲話)

2007-07-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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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 그는 오늘도 태평양 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서 있다. 숱한 사연을 안고 선 ‘영욕의 다리’를 바라본다. 볼 때마다 새로운 금문교. 서부 개척정신의 표상이기도 한 이 다리가 1937년에 완공한 이래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갔지만 1,200여명이 다리 밖으로 몸을 날린 자살의 명소라는 사실은 뒷전에 가려져 있다. 바다의 풍경에 취한 나머지 환희감에 젖어 그 느낌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늘로 날았을까. 67미터의 허공을 날아 내려오는 동안 최후의 운명을 바람에 맡긴 채 그들은 무슨 생각에 젖었을까. 해면에 부딪친 육신은 수심 120미터 상어 서식지의 제물로 바쳐졌다.
금문교는 탄생에서부터 불행을 예고했다. 4년에 걸친 공사기간 동안 중국인 인부 40여명이 급류에 휩쓸려 희생당했기에 중국인들은 ‘영혼이 담긴 다리’라 부르고 있다.
깊은 수심과 빠른 물살 그리고 안개 지형 등의 이유로 난관에 봉착했던 공사의 어려움을 설계가 조셉 스트라우스가 극복해 냈다. 당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지아니니 은행장과 담판을 벌인 끝에 600만달러의 건축 자금을 끌어 들였다. 대형 선박의 통과를 위해 해군 측에서 다리의 높이를 더 위로 설계토록 했고 그 결과 하늘에 떠오른 듯한 형상의 금문교를 만들어 내게 된 것.
안개 짙은 금문교. 안개는 어디서 오는가. 차가운 캘리포니아 해류가 남하하여 따뜻한 남쪽의 열대성 난류와 만나므로 온습한 공기가 냉각되어 발생한다. 유별나게 짙은 안개의 비밀은 바다 속 해류 변화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해안은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화산의 협곡이 침강한 지형이므로 아직 화산대에 묶여 있고 이로 인해 해저에서는 아직도 용암의 분출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따뜻한 기운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역류 작용으로 한랭한 북태평양 공기가 만나면서 강한 저기압이 형성되어 짙은 안개를 지어낸다고 한다.
그 안개가 제일 먼저 들이치는 지역이 바로 금문교 북단의 언덕 마을 소살리토다. 캘리포니아 최고 부자 동네 마린 카운티에 포함된다. 이곳의 최근 주택중간가격은 3.8%가 오른 82만9,000달러. 주택 매매가 저조한 가운데서도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주택가격은 미약하나마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조사기관 데이터 퀵에 따르면 베이지역 9개 카운티 단독주택 및 콘도미니엄의 평균가격은 0.3% 오른 62만달러로 집계됐다.
캘리포니아 세무 당국이 발표한 2005년 개인 소득세 통계 자료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개인 중간 소득이 대부분 톱 상위권에 올랐다. 금문교 마린 카운티의 개인 중간 소득이 4만6,699달러로 캘리포니아 전체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4만4,847달러의 샌마테오, 3위는 샌타클라라 4만4,152달러, 4위는 콘트라코스타 4만3,639달러 등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베이 지역의 카운티들이 차지했다. 북가주에 비해 남가주는 훨씬 낮은 소득 수준을 보였다. 39위에 랭크된 LA 카운티의 중간 소득은 2만8,686달러로 나타났으며 오렌지카운티는 LA 카운티보다 높은 3만5,787달러로 15위에 올랐다.
금광의 상징인 황금빛 금문교 덕분에 주변 도시는 부유한 곳으로 조성됐다. 물욕을 물리치고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려 했을까. 안개구름 헤치고 낙엽처럼 떨어져 낭만 속에 사라져 간 시대의 반항아들, 1,200명 아웃사이더의 물결이 지나간 다리 앞에 서서 필자는 미완의 실존적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여름으로 가는 샌프란시스코 바닷가. 거센 비바람은 금문교 철책 난간에 사정없이 몸을 던지며 윙윙 소리 내어 울고 있다. 바다 향 그윽한 다리위에 서서 꽃다발 떨구며 두 손 모아 진혼곡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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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아르누보씨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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