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헌신·기도로 가르치니 왕따·학교폭력 사라져

2007-07-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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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기도로 가르치니 왕따·학교폭력 사라져

김인중 목사는 개교할 때 꼴찌만 다니던 학교를 12년만에 입시와 행복이 동시에 있는 곳으로 바꿨다.

LA 방문한 안산 동산고 설립자 김인중 목사

미소·인사·대화·칭찬 실천
수련회선 교사가 학생 발 씻어줘
강남보다 진학률 높은 명문고로

강남 8학군. 입시 지옥. 과외 천국. 왕따. ‘한국 교육’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아닐까. 답답한 교육 현실이 싫어서 미국으로 떠나는 한인도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게 없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안산 동산고 이야기다.
왕따가 없는 학교, 술 먹고 담배 피우는 비행 청소년이 없는 학교, 교내에서 학생들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학교를 설립한 김인중 목사(안산동산교회)가 LA를 찾았다.
없는 게 많은 학교지만 대학 진학률은 전국에서 5위 안에 든다고 한다. 특수목적고를 빼고서는 명문대에 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이기도 하다. 공단도시에 핀 ‘장미꽃’과도 같은 학교다.
안산고 이사장인 김 목사는 ‘미·인·대·칭’ 캠페인 덕이라고 말한다. 미소, 인사, 대화, 칭찬을 실천하는 학교라는 뜻이다. 욕이 일상화된 사회인데도 욕이 없는 학교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다 보니 이 학교에서는 퇴학, 왕따, 불량서클, 학교폭력이 사라졌다.
김 목사는 “만나면 서로 따스한 미소를 주고받는 사람들,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공손히 인사하는 사람들, 야단치고 싸우는 대신 먼저 대화하는 사람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안산 동산고 학생과 교사들”이라고 설명했다.
동산고 수련회에서는 이런 일도 있다고 한다. 수련회 마지막 밤에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발을 씻어준다. 교사의 발은 교감이, 교감의 발은 교장이 닦아준다. 학생이 교사를 때렸다는 흉흉한 이야기는 안산고와는 상관이 없다.
김 목사는 “가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교실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행복과 입시를 모두 잡은 학교로 알려져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희망을 전했다는 점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물론 이 학교도 1995년 개교할 때부터 달랐던 건 아니다. 개교 첫해, 학교는 흡연학생 3명을 적발한 후 고민했다. ‘어떻게 이들을 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고민하던 교사들은 흡연학생들을 위한 ‘특별 시간표’를 만들었다. 1주일간 교사 20여명이 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들이 자신들의 살아온 경험을 이야기하며, 바른 길로 가자고 학생들의 손을 잡아끌었다. 처음에 무감각했던 학생들은 결국 스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인간적인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를 이렇게 인정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산고에서는 교사들에게 ‘수업 한 시간 한 시간을 유언(遺言)하는 마음으로 하자’는 말을 한다. 학생들에게는 ‘너희가 집안의 희망이고, 너희가 잘돼야 대한민국이 잘된다’고 끊임없이 각인시킨다. 자존심과 긍지는 학교와 학생을 바르게 이끄는 또 하나의 동인이다.
김 목사는 “학생들은 신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미래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독창적 학교 시스템 속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며 “100% 세례 교인인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학생들의 마음을 살피며, 헌신과 눈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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