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프터스쿨 성경공부 재밌어요”

2007-07-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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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쿨 성경공부 재밌어요”

러닝비 아카데미 학생들이 성경 속 말을 통해 영단어를 배우고 있다.

‘러닝비 아카데미’서 금요일마다 실시
자원봉사자 그렉, 퀴즈·게임·노래로 지도
세상 유혹에도 꿋꿋 “애들이 변했어요”

갑자기 불이 꺼졌다.
“어둠이 깊은 물 위에 있었고…”
갑자기 불이 들어왔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있으라”하시니 빛이 생겼습니다.”
한인타운에 위치한 애프터스쿨인 ‘러닝비 아카데미’. 성경 창세기 1장 2∼3절을 통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이 곳은 학원이지만 금요일이면 성경 공부가 진행된다.
고동진 원장이 성경 공부를 지도하지는 않는다. 잔버로우 중학교 교사인 셰리 그렉이 성경 공부 인도자다.
그녀는 ‘어린이 전도협회’(CEF) 산하 ‘굿뉴스클럽’의 자원봉사자. 매주 금요일 러닝비 아카데미를 찾아 원하는 학생에게 성경을 가르친다. 올해로 3년째다. 고 원장은 “그저 자리만 빌려드리는 겁니다”고 한다.
러닝비 아카데미에서 성경 공부가 시작된 건 고 원장의 바람이 씨앗이 됐다. 아이만 맡아서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이를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고 있는 절대신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다 여름성경학교 때 동양선교교회를 찾은 그렉과 인연이 닿았다.
그렉은 오후 3시부터 한시간 반동안 평균 30명에게 퀴즈, 노래, 게임 등을 통해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구절 암송을 잘한 학생에게는 스티커도 붙여준다. 쿠키나 과자도 구워온다. 모두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서 준비한다고 한다.
방학이 되면 프로그램은 더 다채로워진다. 올해는 ‘자니 앤 프렌즈’를 통해 아이들이 장애인 체험을 하도록 한다. 아이들이 장애인을 위해 도네이션을 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어릴 때부터 남을 돕는 연습을 시키려는 의도다.
성경 공부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고 원장은 “조금만 크면 선배와 친구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유혹에 학원생들은 잘 버틴다”며 “무의식 중에 익힌 성경 구절이 유혹을 견뎌내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절대신이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늘 의식하는 것 같다는 게 고 원장의 생각이다.
또 다른 좋은 점은 아이들이 그렉 교사에게 마음을 잘 터놓는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말하기 어려운 성문제 등도 그렉 교사와는 잘 상담한다고 고 원장은 전한다. 그래서 그렉 교사는 수요일 오후에는 무료 상담 시간도 따로 열고 있다. 무엇보다 그렉 교사가 한결 같은 자세로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고 원장은 평한다.
고 원장은 “믿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경 공부를 하면서 부모를 교회로 인도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성경 공부를 통해 애프터스쿨에서 가르치는 교사들도 마음이 더 넓어져서 아이들 지도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자원봉사로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는 그렉 교사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변화를 받고, 하나님을 알게 된다면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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