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아메리칸 드림과 주택 수요

2007-07-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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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부동산 상승을 견인했던 지역이 태평양에 연한 캘리포니아주의 대도시였다. 특히 LA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전국적인 주택 가격과 렌트의 상승을 주도하면서 거품 이론의 표본 지역으로 꼽혀왔던 것이 사실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내에서 아시안 이민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아시아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후가 온화한 때문이다. 이민족이 현대판 ‘메이플라워’호에 아메리칸 드림의 깃발을 달고 신대륙에 상륙하는 세태가 지속적인 주택 수요를 키우고 있다. 이민자 숫자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주는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텍사스, 플로리다 등 연안 대도시다.
최근 5년간 연안 대도시의 주택구매자 중 40%가 이민자며 렌트 세입자의 25%가 이민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축업계의 기초 인력 중 38% 이상이 이민자 출신인 것으로 분류되었다. 이민자의 노동력이 건축 경기를 지탱하는 필수 요소가 되어버린 셈이다. 환태평양 권역의 중간 기착지인 하와이는 이미 동양인의 수중에 넘어간 듯하다. 경제권은 일본인들이 장악하고 있고 와이키키 인터내셔널 마켓의 카트 상점과 야간 유흥 지대는 한국인들 에게 접수됐다. 일본은 2차대전 ‘진주만 공습’을 감행한지 50년이 지난 1990년대 초반에 엔화 강세를 무기로 오아후 섬의 최고급 주거 환경을 보유하는 ‘하와이 카이’ 지역의 콘도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띄워 놓는 이른바 ‘부동산 공습’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중고등학교 교실에는 과반이 넘는 중국계 학생들이 홍콩의 광둥어를 쏟아내며 항도(港都) 점령의 위세를 떨치고 있다. 첨단 산업의 산실 실리콘 밸리가 둥지를 튼 샌호제 지역에는 인도계 IT인력이 H-1(취업 비자)이란 명패를 달고 집값을 끌어 올려왔다. 태국과 필리핀 그리고 베트남계의 약진이 눈에 띄며 그들 소수계 커뮤니티 입지도 갈수록 확고하다. 특히 3D 업종에 종사하는 이민군단이 주택 구입을 준비하느라 주말에는 오픈하우스 가는 길이 바쁘다. 뉴욕 버지니아 하와이 등지에서도 한국계와 중국계 성씨가 주택 구매자 통계에서 1,2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미스, 존슨 등 흔한 미국 성씨를 따돌리고 이민 소수계가 최대의 구매 집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미 서부 연안 인구 6,000만명 중 아시아계 인구 비중이 10년만에 배로 증가해 800만명을 넘어섰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숫자는 불체자를 포함해서 최대 150만명까지 추산된다. LA의 한인타운은 100만 한인이 지속적으로 영토를 넓혀가며 든든한 성곽을 쌓아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동남아권 이민 세대의 밀물 입성에 따라 미국 주류의 큰 줄기인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족속은 이미 보따리를 싸고 내륙의 백인촌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아시안 이민자들이 모국의 좁은 땅에서 살면서 뿌리깊이 간직해 온 주택 보유의 열정이 뜨겁고 이민 성공의 잣대를 주택 보유로 인식하고 있는 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특히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한인 부모들은 백인 동네의 우수학군만을 찾아들며 부동산 상승을 선도하는 유별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주택 시장은 현재 상승 추세가 꺾인 채 내리막길로 가고 있지만 반등의 시도는 꾸준히 거듭될 것이다. 그 반등의 시작은 연안 대도시 이민자들의 주택 구매로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환태평양 시대에 아시안과 미국 서부의 경계는 없으며 새로운 이민 입국자들은 집안에 둘러앉아 아메리칸 드림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홈 스위트 홈’을 노래하며 내 집 마련의 고지를 향해 오늘도 가파른 이민 생활의 언덕을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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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아르누보씨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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