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시 맛 본 한국 풍물

2007-06-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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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모국’ 귀한 땅에 왔구나...

“이데까지 오잰허난 폭삭 속았수다~”
<이곳까지 오시느라 아주 수고하셨습니다>

지난 5월말 한국에 잠시 나갈 틈을 얻은 김에 이른 휴가 삼아 말로만 들어왔던 제주도행을 감행했다. 제주도뿐 아니라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준 서울 시티 투어도 해보고 청계천 야경에, 그 유명한 KTX를 타고 사촌언니 부부가 사는 대구까지 내려갔다가 드라마 ‘겨울연가’로 국내외로 유명해진 아름다운 남이섬까지 다녀오면서 색다른 추억을 안고 돌아왔다. 이전 한국방문은 친지, 친구들 만나느라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번 2주간의 여행은 가볼 곳도 많고 이름난 먹거리도 너무 많아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는 ‘아차, 거기도 가볼 걸…’ 하면서 아쉬워했다. 여름 관광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모국관광 상품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한인들이 많다. 또 오랜만에 한국에 나가 달라진 한국을 보고 오는 미주 한인들이 적지 않은데 ‘한국여행’ ‘한국음식’을 얼마나 알차게 즐길 수 있는지 한국 여행기를 특집으로 꾸며보았다.


제주도 2박3일

“이데까지 오잰허난 폭삭 속았수다~”(이곳까지 오시느라 아주 수고하셨습니다.)
“속으멍 말멍 해수다”(괜찮아요. 그렇게 고생 안 했답니다.)
남편과 제2의 신혼여행 삼아 찾아간 제주도. 설레는 마음을 품고 갔던 제주도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한 휴양지로 어디서나 보이는 바다는 왜 ‘청정바다’로 소문났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가 가르쳐 주는 구수하면서도 외국어 같은 제주도 사투리에,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주쳤던 날아갈 듯한 강한 바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돌, 도시와는 다른 맑은 공기, 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 그리고 멋진 해녀 어머니들까지,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 바로 제주도다. 사실 2박3일의 일정은 참 빡빡했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인 ‘내가 가고싶은 곳’을 자유롭게 못 간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아기자기한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제주다운 것’에 매료당한 사흘

첫째날

시가지·명소마다 수학여행 행렬

최근 제주도는 중 고교생들의 수학여행지로 인기라고 한다. 주로 6월초까지 여름방학 전에 몰리는데 때마침 우리의 여행 시기가 수학여행 시즌과 맞물려 곳곳에서 신혼부부보다는 교복 입은 십대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제주도행 비행기에서부터 만난 생기발랄한 학생들 틈에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로 바꿔 타고 간 곳은 제주시내에 자리한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도의 모든 것을 망라한 곳으로 제주 민속의 역사와 자연, 생활상을 한눈에 보여주어 제주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직원이 여러 전시실을 다니면서 제주도의 풍토, 희귀식물과 해양 생태계, 제주인들의 특이한 생활상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데,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제주도에서 무엇을 보나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여행의 시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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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엔 드라마 ‘올인’의 수녀원 세트장 촬영장소가 있다.


박물관에서 나와 들른 곳은 인근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삼성혈. 제주도에는 고유 성씨가 있는데, 바로 고, 양, 부, 이 세 성씨다. 삼성혈은 옛 탐라 왕국의 발상지로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로 불리는 삼신인이 땅 구멍에서 튀어나와 가죽옷을 좋아하고 사냥을 하는 등 수렵생활을 하다가 오곡의 종자와 가축을 가지고 온 벽랑국 삼공주를 맞이해 농경생활과 함께 탐라왕국이 시작됐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이곳에 가면 아직까지도 세 성씨의 신인들이 튀어나왔다는 구멍을 볼 수 있다. 가이드는 “주위 나무들이 경배하듯 나뭇가지를 삼성혈쪽으로 향하고 있다”며 “믿기지 않겠지만 비가 와도 이 곳은 물에 잠기지 않는 특이한 지형”이라 설명했다.
그 다음 간 곳은 유명한 도깨비 도로. 제주시에서 1100 도로를 달려 나오는 길로 실상은 내리막길인데도 눈의 착시 현상 때문에 시동을 끈 육중한 관광버스가 오르막길로 슬슬 올라가는 듯한 광경을 연출하는 기이한 도로다. 차에서 내려 물을 흘려보거나, 병을 굴려보면 더욱 신기해진다.
도깨비도로 주변에서 뜨끈한 오뎅국물과 담백한 보리찐빵을 간식 삼아 맛보고는 서귀포의 주상절리대를 구경했다. 중문관광단지 해안가에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누가 깎아 놓아나 싶을 정도로 겹겹이 쌓인 돌기둥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홍익 예술단의 한국전통 문화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첫날 관광을 마쳤다.

둘째날

특급호텔 숙식 ‘왕같은 기분’

3일 여정 동안 묵은 곳은 운 좋게도 특급으로 손꼽히는 서귀포시의 제주 신라호텔. 아침 식사가 뷔페식으로 한식, 양식이 섞여 나오는데 체류하는 동안 아침식사는 계속 호텔에서 먹었다.
한국식 밥과 반찬이 나오고 각종 샐러드에 깔끔한 미국식 아침식사, 맛있어서 자꾸 손이 갔던 녹차빵, 오믈렛도 즉석에서 만들어주며 우동이나 국수도 나오기도 한다. 후식으로 먹는 달디 단 감귤주스나 파인애플, 람부탄 등 열대 과일도 너무 맛났다.
호텔에서 아침 산책을 하면서 둘러본 주위 바다는 그야말로 환상. 호텔 정원을 지나 바다 쪽으로 향하면 지형에 맞춰 만들어진 아름다운 계단을 내려갈 수 있는데 바로 중문해변으로 이어진다. 깨끗한 모래사장에 야자나무, 보석 같은 바다는 객실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직접 계단을 내려가 산책하는 기분도 너무나 좋았다.
신라호텔에서는 영화 ‘쉬리’를 찍었다는 곳도 직접 가볼 수 있었다. 주변에 롯데호텔, 하이야트 등이 있으며, 골프장도 가깝다. 골프광인 남편은 정해진 일정 때문에 칠 수 없었던 골프 때문에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 천지연폭포로 향했다. 천지연은 하늘과 땅이 만나 이룬 연못이라는 뜻으로 선녀들이 몰래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나이애가라보다는 규모가 물론 작지만 아름다운 천연의 숲과 계곡 사이에서 흐르는 작은 폭포수는 한줄기 바람처럼 아담한 정경을 연출했다. 나무들이 아름드리 울창한 숲을 이룬 주변 경관도 볼만하다.
천지연을 나와 제주농원을 관람한 뒤에는 서귀포의 명물이라는 ‘뉴 파라다이스호’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정방폭포, 문섬, 범섬, 12동굴, 이승만 대통령 별장, 제주월드컵 경기장 등 서귀포시의 칠십리 해안절경을 1시간 넘게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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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천지연 폭포.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폭포수가 해안으로 직접 떨어진다는 정방폭포, 2차 세계대전시 일본군이 미군의 공격을 대비해 군사방어용으로 만든 인공굴인 12동굴 등은 멀리서 보였다. 날이 흐렸지만 다행히 이슬비가 내리다 배가 출항하면서 바로 그쳤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타고 바다에서 해안가를 보는 경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주었다.
경치도 경치였지만 농담 섞어가면서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배안내원의 방송을 들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범섬은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이란다. 배가 천천히 이동하면서 막힌 동굴로 들어가자 인근에서 낚시와 수상 스포츠를 즐기던 사람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었고, 호랑이콧구멍 굴 2개가 쌍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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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고 있는 관광객들.

다음에 간 곳은 ‘생각하는 정원’이란 분재예술원. 한 농부(성범영 원장)의 꿈에서 탄생된 이 아름다운 정원은 철학과 자연이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나까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명사들이 방문하기도 했으며 일본의 분재와는 다른 한국 특유의 분재,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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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칠십리의 범섬.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라 이름이 범섬이다.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도 갔다. 각종 다기도 구경해보고 뮤지엄 전망대에서는 멀리 녹차밭도 보인다. 함께 간 관광단이 선택관광으로 중국 기예단의 공연을 보는 대신 우리는 자유시간을 내어 호텔 가까이에 있는 테디베어 뮤지엄에 들렀다. 제주도에는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이 24곳으로 다양한데 테디베어 전시관은 생각보다 볼만했다. 모나리자가 된 테디베어, 반 고흐의 자화상, 찰리 채플린과 영화 모던타임스, 드라마 ‘궁’에 출연했던 테디 인형들 전시관, 세계 최고가(한화 약 2억3,000만원)를 기록한 루이뷔통 테디 베어, 야외 전시관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회는 패키지여행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저녁식사는 호텔인근의 ‘송도 횟집’에서 10만원 어치의 싱싱한 옥돔회를 맛보기도 했다. 회에 딸려오는 전복, 갈치회, 한치회, 멍게, 개불 등이 푸짐하게 나왔다.

셋째날

민속촌 토종 흑돼지 삼겹살 별미

마지막 날 제일 먼저 섭지코지로 향했다. 기암괴석들이 펼쳐진 이곳에서는 물질을 하는 해녀 아주머니들도 만났다.
여자가 많기로 소문난 제주에서는 할머니에서부터 젊은 처자까지 해녀 일을 아직까지 하는 여성들이 많다. 택시를 모는 운전자도, 우리 관광팀 가이드도 여자. 여자가 많다고 듣고서 보니 왠지 일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느낌이었다.
코지는 ‘끝’ ‘뾰족한’이란 뜻이다. 섭지코지는 좁은 길목의 땅 끝을 의미하며 드나들 수 있는 골목이 약 100m 내외로 협지 또는 섭지로 불린다. 이곳 해안가 역시 절경이다. 이날은 날씨가 맑은 탓에 해안가에서는 잰 걸음으로 바다로 총총 걸어 나가는 해녀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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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주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성읍 민속촌. 허름해 보여도 전통 제주 초가집 안에는 있을 것은 다 있다.

또 이곳에는 인기 드라마 ‘올인’의 촬영 세트장이 남아있다. ‘올인’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감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섭지코지에서는 ‘올인’ 외에도 ‘여명의 눈동자’ ‘단적비연수’ 등을 촬영했다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성산포에 위치한 성산일출봉을 멀리서 바라보고 제주 전통 초가집으로 실제로도 제주사람들이 살고 있는 성읍 민속촌을 관광했다. 여기서 제주 토종 흑돼지 삽겹살 구이도 맛보았다.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제주 토산품 중에 오미자차는 사올 만하다. 제주산 취나물도 1만원에 한 봉지 구입했다. 귤은 제철이 아니어서 한라봉은 온실에서 재배된 것을 맛볼 수 있고, 대신 먹은 작은 감귤은 참 맛있었다. 제주에 가면 기회가 닿는 대로 고등어회나 고등어조림, 갈치회, 한치 물회, 갈치조림, 빙떡 등을 먹을 것을 권한다.
여행 말미에 한라산은 먼발치에서만 본 것이 아쉬웠지만 여성이 누운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는 설명에 보니 진짜 그렇게 보였다. 패키지여행은 저렴한 반면 원하지 않는 샤핑관광도 포함하고 자유시간이 부족한 점이 있어, 다음에는 기회가 된다면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이용해 못 가본 곳들을 가보고 싶다. 택시는 일일관광에 약 10만원선.
최근에는 도자기, 감귤농장 등 각종 체험 투어도 마련돼 있으며 요트 투어, 레저 카약, 스쿠버 다이빙 등도 추천할 만하다. 또 곳곳에 관광 안내 책자와 관광 안내소가 마련돼 있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 주요 웹사이트
제주도 www.jeju.go.kr
제주시 www.jejusi.go.kr
서귀포시 www.seogwipo.go.kr
제주도 관광협회 종합관광안내소 (064)742-8866 www.hijeju.or.kr
한국관광공사 제주국제 공항 관광안내소(064)742-0032
제주 관광정보 센터 www.tcjeju.com
사이버 제주 cyberjeju.go.kr
제주도여행닷컴 www.good-jeju.com

서울 시티 투어

확 달라진 서울 하루만에 구경‘끝’

삶을 바꾼 ‘청계천’

황홀한 야경 ‘밤이 좋아’
미니전시회 만나면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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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야경 모습. 도심 사이에서 개천을 만났다는 것이 한강과는 또 다른 감흥과 볼거리를 안겨준다.

“와우! 지저분했던 청계천이 이리 달라졌나!”
서울 시티 투어 버스를 한 날은 시간이 안 맞아 다른 날 청계천의 야경을 보러 갔다. 도심을 사이로 흐르는 아름다운 물줄기와 주변 야경은 장관을 연출했다.
개천에서는 물소리가 흐르고, 청계천 주변에는 야경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줄지어 개천 주변 다리에 앉아 있었다. 청계천은 낮 시간 보다는 밤에 야경이 아름다워 더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 청계천 물줄기를 따라 걸으면서 구경해도 좋고 다리 밑으로 내려가 물줄기 바로 옆에서 걸으면서 구경해도 좋다.
물줄기를 따라 가다 보면 예상치 않게 미니 전시회도 만난다. 청계광장과 광교 사이에 사람들이 가장 많다.
청계천 역시 서울 시티 투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출발한다.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 낮 12시, 오후 2시, 오후 4시30분, 오후 7시. 월요일은 쉰다.
투어 버스 이용시 성인 5,000원, 고교생 이하는 3,000원.
특히 7월1일부터는 특수 설계된 2층 버스가 한강과 청계천, 시내 주요 번화가 등을 달린다고 한다. (www.2bus.net) 한편 서울 시티 투어 버스로도 2층 버스 예약 문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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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물 투어버스, 네 코스 30분 간격 운행

서울 시티 투어 버스는 생각지도 않은 서울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었던 투어다.
서울에서 나서 자라고 살다 왔지만 사실 이곳저곳 못 가본 곳도 많고, 한 5년 만에 한국에 나가보니, 늘 가던 곳도 엄청 달라져 있던 것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것이다.
‘서울 시티 투어 버스’는 간단하게 말해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자유롭게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렸다 다시 버스가 오는 시간에 맞추어 타면서 구석구석 서울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다.
코스는 4가지. 도심순환 코스, 고궁 코스, 야경 코스, 청계천 코스 등으로 나뉜다. 버스 안에는 좌석마다 통역기도 설치돼 있어 미리 내리기 전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가지 언어로 각 정류장 주변 관광명소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또 안내원이 함께 타 매 정거장에 정차 전 한국어와 영어로 알려주며 각종 질문에도 상세히 정보를 알려준다.
출발은 광화문에서부터 시작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오후시간에는 교통상황에 따라 늦어지기도 했지만 비교적 운행시간이 맞아 들러보고 싶은 곳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추어 나가면 버스가 바로 도착해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에 매우 편리했다.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 안내소에서 티켓을 사고, 도심 순환코스를 탔다. 27개 정류장에 승하차할 수 있는데, 먼저 광화문을 출발해 덕수궁, 남대문시장, 서울역, 용산역,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이태원, 명동, 남산골한옥마을, 국립극장, N 서울타워(남산타워), 신라호텔, 동대문시장, 대학로, 창경궁, 창덕궁, 인사동, 청와대(오후 5시30분 이후는 진입 통제), 국립민속박물관, 경복궁까지 두루두루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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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제일 먼저 방문한 덕수궁. 중화전은 문무백관들이 조회를 하거나 임금의 즉위식이 열리던 곳이다.

제일 먼저 내린 곳은 덕수궁. 미국에서 태어난 6세 난 딸아이에게 한국의 고궁을 보여주고 싶었다. 후원이 아름답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은 다른 궁과는 달리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매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개별 자유 관람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예약이 필요 없는 덕수궁은 첫 정류장이고 해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 보았다. 관람료는 노인과 어린이는 무료, 학생 500원, 성인 1,000원(19~64세)으로 매우 저렴했다. (고궁마다 입장료는 조금씩 다르다).
임금의 즉위식, 조회 등 행사를 치르던 덕수궁의 정전(중화전), 비운의 고종이 승하한 함녕전, 조선과 서양이 조화를 이룬 최초의 절충식 궁궐 건물인 정관헌 등을 두루 살펴보았다. 덕수궁 안에 자리한 위풍당당한 서양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인 석조전에서는 미술 전시 및 궁중 유물 전시를 구경할 수 있다.
미국에서 자란 딸은 함녕전 등 궁궐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마냥 신기해 했다. 옛날 한국의 킹(king)과 퀸(queen)이 살았던 곳이라고 설명해 주니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흥미로워했다. 곳곳에서 영어 안내 투어를 해주는 모습도 보였고, 사진을 찍거나, 아이를 데려온 엄마들도 눈에 종종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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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한 남대문시장 입구. 주방용품, 의류, 가전제품, 토산품, 건어물 등 없는 게 없다.

다음 정거장인 남대문시장에 내리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재미났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남대문시장에서 그 유명하다는 갈치조림 식당 ‘희락’에서 갈치조림과 계란탕을 먹어보았다. 손잡이도 없는 양은냄비에 무와 갈치가 담아져 나오는데, 갈치 살은 입에서 살살 녹고, 양념이 배어 푹 무른 무와 갈치조림 국물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밥 2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갈치조림은 5,000원, 계란찜은 4,000원 선.
남대문 시장에서 오래 샤핑을 한 덕에 이태원, 명동은 잠깐 들렀다가 바로 N 서울타워로 직행했다. N서울타워 내 어린이 자연조형 놀이 체험관 ‘숲속 놀이터’를 딸에게 보여주기로 약속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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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서울타워는 관광 명소이자 서울 시민들의 하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초등학교 어린이날에 가본 후 처음 찾은 N서울타워는 변해도 굉장히 멋있게 변했다. 서울을 상징하는 타워는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남산과 함께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한강과 360도로 펼쳐지는 서울의 드라마틱한 경치를 감상했다.
전망대 바로 아래 카페에서는 음료와 다과도 즐길 수 있는데 가장 놀란 공간은 화장실. ‘하늘 화장실’이란 설명처럼 서울에서 가장 높은 화장실로 깨끗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커다란 창문을 통해 환히 보이는 서울 전망이 또 색달랐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들른 곳은 인사동 쌈지길이다. 도착한 시간이 저녁 무렵이라 갤러리는 아쉽게도 구경하지 못했지만 골목골목마다 옛 옹기, 민속 공예품, 작가가 만든 다기 등을 구경할 수 있는 공예품 점, 도자기점, 고 미술상등이 늘어서 있었다.
야경 코스는 도시 순환 코스를 이용한 경우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3,000원만 더 내면 바로 탈 수 있다. 야경 코스를 타려면 오후 7시50분까지 광화문으로 와야 한다.
고궁코스는 광화문을 출발해 덕수궁, 서울역, 청계 광장, 경복궁, 인사동, 창덕궁, 대학로, 창경궁, 창덕궁, 인사동, 청와대, 국립 민속박물관, 경복궁까지 다니며, 경희궁, 덕수궁, 창덕궁, 운현궁 등은 월요일에 쉬고, 창경궁, 경복궁은 화요일에 쉰다. 또 대부분 고궁은 오후 5시 전에는 들어가는 것을 예상하고 출발해야 한다. 야경 코스는 오후 7시50분, 오후 8시 출발한다.
한편 탑승객은 국립중앙박물관, 세종문화회관 공연료, 전쟁기념관, N서울타워, 롯데월드, 한강유람선 등 10~50%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쿠폰은 1년간 유효하다.
한편 2008년부터는 전차 모양의 트롤리버스가 도입돼 더욱 여행의 묘미를 살릴 듯하다.
시티 투어 입장권은 버스 탑승 후에도 안내 가이드에게 구입할 수도 있다. 1회 탑승권/야간 탑승권 성인 5,000원, 고교생 이하 3,000원. 1일권(도심순환+고궁 모두 이용) 성인 1만원, 고교생 이하 8,000원.
문의 02-777-6090
www.seoulcitytourbus.com
www.visitseoul.net
우리궁궐지킴이 www.pala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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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의 상징, 아름다운 가로수가 펼쳐진 ‘메타세쿼이야 길’

남이섬

메타세쿼이야 길、 4계절 장관 연출 … 「겨울연가좦 촬영도 이곳서

미국으로 들어오기 하루 전날 남이섬을 다녀올 수 있었다.
남이섬에 들어가기 위해 배 매표소에 들르니, ‘나미나라 공화국 입국 심사대’와 ‘나미나라 공화국 입국을 환영합니다’가 특이하게 눈에 들어온다. ‘나미나라 공화국’이란 별명이 재미난 남이섬은 서울에서 북한강을 따라 북쪽으로 63km 지점에 가랑잎처럼 청평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이다. 면적 40만 평방미터에 둘레는 약 6km.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해 현재까지도 대만, 일본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관광지다.
가족단위로 온 관광객들이 4~6인승 자전거를 타며 섬을 둘러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우리 가족도 6인승 자전거를 타고 재미있게 섬을 둘러보았다. 특히 ‘겨울연가’를 찍었던 ‘메타세쿼이야 길’은 꼭 가보아야 하는 남이섬의 상징.
신록의 푸르름이 넘치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장관을 연출하는 가로수 길로 매점 아주머니의 설명으로는 봄은 봄대로, 여름은 초록으로, 가을은 낙엽에, 겨울은 흰 눈이 쌓여 사계절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메타세쿼이야는 은행나무, 소철과 함께 현존하는 화석식물로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섬 곳곳에 ‘겨울연가’를 테마로 ‘메타세쿼이야 길’(Metasequoia Lane)을 비롯해 배용준과 최지우가 첫 키스를 한 장소, 배용준과 최지우를 본뜬 동상 등이 한국 내국인들은 물론 일본, 대만 등 외국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카탈리나 섬처럼 남이섬도 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선지 ‘자연 청정지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숲과 가로수의 물결 속에 자연 삼림욕을 하듯 맑은 공기를 음미하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섬에는 작은 호텔 시설도 마련돼 있으며 추억의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연가’를 비롯 숯불목살구이 집 ‘밤나무’, 닭갈비와 전골 전문 ‘섬향기’, 토속음식과 동동주를 먹을 수 있는 ‘고목’ 등 9군데의 식당 및 카페가 자리한다. 섬 안에는 녹색가게 체험공방, 남이장군 묘, 유니세프 열차, 워터스테이지(야외 수영장), 남이섬 환경학교, 무비랜드 밀랍인형 박물관 등이 마련돼 있다. 또 섬 주변에서는 바나나 보트, 제트 스키, 모터보트 등을 타기도 한다.
섬 입장료(단기비자): 성인 5,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500원(남이섬 이용료와 왕복 뱃삯 포함) 주차 요금은 차 1대 당 4,000원. 배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수시 운항한다. 한편 자전거는 1인용 1시간 당 5,000원, 가족자전거는 30분에 1만원.
문의 (031)580-8114(종합 안내), (031)580-8151(관광안내), (031)580-8080
웹사이트 www.namisum.com

한국 KTX 타기… 이용 안내 및 정보

시속 300km… 비행기보다 편해요

서울 출발, 1시간50분만에 “대구”
‘SMS티켓제’등 최첨단 시스템 운영

올 여름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능한 한 KTX (한국고속철도)를 꼭 타볼 것을 추천한다.
한국에 갔을 때 친지가 사는 대구에 내려갈 일이 있어 KTX를 이용했다. 고속철도는 통상 시속 200km 이상 고속으로 주행하는 철도를 말한다. 반면 KTX는 최고 속력 300km까지 낼 수 있다는데, 객차 내 달린 소형 TV 스크린을 통해 보니 구간에 따라 최고 속력을 내기도, 약 124~204km 정도로 달리기도 하는 등 실시간 현재 속도가 얼마인지 보여주기 때문에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200km 이상이든, 300km이든 다 빠른 속도인데, 소음이나 진동 및 속도감을 거의 느끼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승차감이 비행기보다도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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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렵한 모습의 KTX. <사진제공 한국철도공사>

목적지인 동대구까지 약 1시간50여분만에 당도해 더욱 놀랐다. 예전이면 자동차로 대여섯 시간, 새마을호 등 기차를 타도 시간이 꽤 걸려 반나절 이상 교통이동에 시간을 썼던 것을 생각하면 전국을 2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시켰다는 홍보문구가 참으로 실감났다. 그 속도에 편안한 승차감이라면 점심은 전주 어디, 저녁은 부산 어디가 가능해 보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2시간40분이면 당도한다고 한다. 새마을호는 4시간10분 정도 소요.
또한 특실을 사용하면 과자, 물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일반석도 특실 못지않게 좌석이 쾌적하고 편안하다는 평. 운 좋게 특실 객차를 이용했는데, 비행기의 이코노믹 좌석보다도 더 편했다. 각 객차마다 달린 소형 스크린을 통해 현재 달리는 속도를 알려주며, 오디오/비디오 시스템을 통해 각종 뉴스, 드라마, 쇼, 음악 등을 감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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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KTX의 내부 모습.

예약은 인터넷으로도 가능한데, 인상 깊었던 점은 인터넷 예약 시 셀폰을 통해 예약 철도 승차권을 ‘셀폰 문자메시지’(SMS)로 내려받아 사용했던 것이다. 역 창구나 자동발매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셀폰에 입력된 SMS을 보여주면 티켓 종이가 없어도 탈 수 있다. 이른바 ‘SMS 티켓 서비스’인데, 문자 메시지에는 예약한 열차 정보와 좌석번호가 표시된다.
다른 객차로 갈 때에는 자동으로 문이 열리면서 이동이 용이했으며 커다란 통유리 창문으로 보이는 논, 밭, 산, 들의 정겨운 바깥 풍경은 가는 내내 기차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KTX 웹사이트에서는 추천 여행 코스도 찾아볼 수 있다.
대구에서는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이 추억으로 남는다.
푸드덕 거리며 살아있는 닭이 들어 있던 철장 새장, 토끼, 고양이, 강아지까지… ‘한국산’이라 쓰여 있었던 각종 싱싱한 해산물, 싱싱한 현지 생산 과일들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옷을 들고 흥정하던 아주머니, 맛 좀 보라시면서 산딸기를 권하던 할머니 등 재래시장은 여전히 정겨운 한국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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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내 KTX 타는 곳 입구.

KTX 정보
웹사이트 www.korail.com, www.qubi.com
SMS 티켓 서비스 웹사이트를 통해 ‘열차표인터넷 예약서비스’에 로그인 한 뒤 이용할 열차 좌석을 예약, 크레딧 카드로 결제하고 ‘SMS 티켓’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서울 부산 구간은 일반석이 4만8,100원, 특실은 6만7,300원선. 서울 대구 구간은 특실 6만500원, 일반석 3만8,600원. 참고로 새마을호는 서울 부산 구간이 3만9,700원. 한편 7월부터 KTX, 새마을호 등 열차 요금이 인상된다.
문의 1544-7788

한국의 맛집

신사동 ‘서애숙 프로 간장 게장’

쫀득 쫀득한 게살 먹은뒤 껍데기에 밥비벼 먹는 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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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먹자 골목 ‘서애숙 프로 간장 게장’의 ‘간장 게장’. 싱싱한 알과 쫀득쫀득한 게살, 묵은 간장 양념의 조화가 일품이다.

한국에 나가서 가장 좋았던 점은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미국에 있으면서 ‘찾아라! 맛있는 TV’ ‘VJ 특공대’ 등을 보면서 꼭 가보리라 벼르고 다짐했던 수많은 맛집들. 시간상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몇몇 집은 가볼 수 있었다.
그 중에 기억이 남는 맛집으로는 신사동 ‘서애숙 프로 간장 게장’ 식당으로 미국에 돌아와서도 새록새록 다시 기억나는 곳이다.
간장게장, 양념게장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 탓에 가게 됐는데, 사실 ‘간장 게장’은 난생 처음 먹어보았다. 25년간 묵은 접장(짠맛, 단맛의 경계가 없는 묵힌 간장)을 사용한다는 간장게장은 주홍색 알도 가득 들어있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비린내도 나지 않고, 쫀득쫀득한 게살을 다 먹은 뒤 게 껍데기에 밥을 비벼 먹었는데, 그 맛 또한 잊을 수 없다.
일본 TV에까지도 소개된 이곳은 서해안 바다 꽃게에 한국산 양념재료를 쓴다고.
또 인상에 남았던 점은 신사동에는 비슷한 간장 게장집이 많다는 점이다. 술집에서나 보았던 소위 ‘삐끼’가 골목마다 나와 지나가는 자동차를 잡으며 ‘우리집이 원조’를 외쳤다. 이 집이 있는 신사동의 먹자골목은 간장게장, 꽃게찜 등이 유명하다.
한편 한국에서 만난 한 친구는 한국에서는 이제 인터넷의 누리꾼들 때문에 웬만해서는 맛집 명함을 못 내민다고 한다. 수많은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그 집의 품평을 하는 식도락가를 자처하는 누리꾼들 덕에 인터넷에 올리는 맛기행 정보는 상당한 수준이다. 네이버, 다음 사이트 등 한국의 인기 포탈사이트를 검색해보면 각종 맛집에 대해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었고, 주소와 시간, 주차 여부 등 정보를 알 수 있어 좋았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모두 맛보았지만, 간장게장이 더 맛있었다. 간장게장은 대, 소를 고를 수 있는데, 1인분에 약 6만원~7만5,000원 선으로 꽤 비싼 점이 아쉽긴 했다. 간장게장 외에도 게알 비빔밥, 매생이국, 아구찜 등도 인기다.
프로 간장 게장 주소 및 문의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 27-1 (02)543-4126
www.prosoycrab.co.kr

<글·사진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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