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연을 닮은 음식의 대가’임지호씨

2007-06-29 (금)
크게 작게
‘자연을 닮은 음식의 대가’임지호씨

“소리가 좋아 장사익형과 단짝됐죠” 임지호씨는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버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이은호 기자>

■LA 방문… 관음사서 300명에‘만발공양’

“음식은 재료와 공감이 중요 욕심 버리고 사랑 담는 것”

임지호(51)씨는 여덟 살에 가출했다. 출가가 아니었다. 그저 집이 싫어서 길을 나섰다 지나가는 트럭에 올라탄 게 시작이었다. 전국을 떠돌며 여기저기서 얻어먹었다. 그럴 때 한 거지가 한 말.
“기술을 익혀라. 기술은 너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익힌 기술을 쉰이 넘은 임씨에게 사람들은 예술이라고 높여준다. ‘자연을 닮은 음식’을 만드는 대가라고도 한다. ‘소리꾼’ 장사익은 “정성으로 빚어낸 음식이라 차마 먹기 송구하다”고 평가한다.
그런 임씨가 관음사에서 300명이 넘는 한인에게 ‘만발공양’을 했다. 호박과 허니듀, 녹두가 한데 어울렸다. 감자와 알로베라가 모짜렐라 치즈와 만났다. 고구마와 산딸기가 합쳐지기도 했다. ‘자연 요리가’가 만든 담백한 음식에 대중은 흐뭇했다.
임씨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내가 채워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고 말한다. 자신은 절에 다니지만, 음식이 필요하다면 교회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식재료도 따로 없다. 풀도 야생화도 매미껍질도 생선 비늘도 다 같은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조미료만 안 쓸 뿐이다. 신선한 재료인지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먹을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가 더 중요한 거라고 믿는다.
“음식 재료를 접할 때는 늘 긴장되고 경건해진다. 재료와 나의 공감이 중요하니까. 음식을 만드는 건 기술일 수 있지만, 지혜가 더해지면 예술이 되는 거다.”
그래서 마음이 중요한 거라고 말한다. 내 몸이 자연이고, 모든 개체가 자연이니, 마음이 순수하다면 자연과 공유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임씨의 지혜다.
“우리는 먹을 때 음식과 교감을 하게 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은 내 마음 속으로 다녀간다. 그러기에 음식 만드는 나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야 한다.”
결국 임씨는 음식을 사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쌀뜨물을 먹인 소를 보고 나서다. “쌀뜨물을 먹은 소는 연해져요. 우리가 버린 사랑에 동물의 공격성이 약해진 것이죠. 이렇게 사랑이 담긴 음식을 먹으면 세상이 다 통할 수 있어요.”
임씨는 장사익 공연과 많이 함께 한다. 공연 보러 오는 사람에게 음식 대접을 한다. 반대로 장사익도 임씨의 음식축제에 자주 가 먹으러 온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사익 형이 자연의 소리를 중시하는 면에서 통한다. 소리는 영혼을 치료하는 약이다. 맛은 멋을 찾아가는 이정표다.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다. 맛이나 멋에도 소리가 있다.”
임씨는 몸과 정신을 산란시키는 음식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양식’이라고 부르는 음식이다.
“보양식은 오히려 정신세계를 산란시킨다. 그러면 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병이 다 어디서 오나. 결국 욕심이다.”

<김호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