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평양 부동산

2007-06-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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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 오리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김소월(1902~1934)의 ‘진달래 꽃’ 한 구절이다. 평안북도, 분지로 형성된 낮은 구릉을 따라 영변 서쪽에 위치한 약산에 오르면 관서팔경 중 하나인 약산 동대가 바다를 향해 서 있는데 이름 그대로 몸에 좋다는 돌미나리 명나물 마타리 햇닢 두릅 등이 많이 나서 약산이라고 전한다.
천재 시인 소월은 비록 서른 초반에 요절했지만 그가 남긴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엄마야 누나야’ ‘금잔디’ ‘산유화’ 등 향토색 넘치는 시의 향기는 아직도 우리 가슴에 남아 있다.
영변의 군사기지는 핵 연료봉 재처리장과 핵폭탄 제조 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미국은 한때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폭격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경제적 봉쇄 조치에 굴복한 북한에 7월 초에 사찰단을 파견해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힐 차관보의 방북에 따라 7월말까지 핵시설 폐쇄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의 점진적인 개방 움직임에 따라 최근 평양의 땅값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부동산 열기가 평양에까지 전해진 느낌이다. 중국 단둥의 한 북한 소식통은 평양 대동강 주위의 아파트와 주택 가격이 5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건설자금이 바닥나 주택공급이 사실상 차단된 데다 국경 무역 등 외화벌이로 돈을 모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탓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평양 대동강 주변의 30평형대 고급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미화 7,000달러 수준에 머물다가 올해 초에는 1만달러까지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향후에도 집값이 더 올라 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팽배하고 평양에서 돈 벌려면 집부터 장만해야 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 내 주택 거래는 등기 소유권을 이전하는 의미가 아니라 주거 권리를 매매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북한의 부동산은 사회주의 방식에 의거 국가 소유로 돼 있어 소유권을 이양하는 서류상의 주택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대부분 부유층을 중심으로 음성적인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매매 때에는 북한 원화보다 중국의 위안화와 미국의 달러화가 주로 통용되는데 현재 평양의 암달러 시장에서는 미화 1달러가 북한 주민의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3,000원의 시세에 교환된다고 한다.
소월의 시에 그려진 영변에는 지난 봄 5월 초순부터 약산 일대가 흐드러진 분홍빛 진달래로 피었다가 지금은 떨어진 꽃잎들이 바람에 날리고 냇가에 씻겨 내려갔을 터인데 소월의 맑은 시정신은 계곡에 남고 산하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 곳 영변에서 평생을 민족 시인으로 살다가 1934년 어느 추운 겨울날, 일제의 폭압에 못 이겨 부인과 함께 밤새워 술을 마신 뒤 음독자살로 유명을 달리한 소월이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역설적으로 1967년 독재자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에 의해 민족 시인으로 재평가 되었다는 그가 묻힌 영변 곽산면 진달래봉에는 조선 작가 동맹원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다고 전한다. ‘김소월! 그대의 주옥같은 노래는 인민들의 가슴에 자랑 높이 울리고 향토와 인민에게 바친 애국정신은 조국 만년에 빛나리라’
(213)590-5001
luxtrader@naver.com
김준하
<아르누보씨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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