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이저로 `무한 에너지’ 생산 도전

2007-06-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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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어디에 써야 할 지 모르는 해결책으로 여겨졌던 레이저는 이제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통신망, 첨단 실험실에 이르기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무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레이저를 이용해 태양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핵융합 반응을 재현하는 첨단
HIPER(High Power Laser Energy Research) 프로젝트를 검토중이며 7월 중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핵융합 동력화’로 알려진 이런 방식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거의 무한정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15개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초기 연구비 5천만유로를 확보할 경우 2010년대 말경 8억달러 규모의 시범 원자로 가동을 실현시키고 이어 상용 원자로도 만들 계획이다.

영국 러더포드 애플턴 연구소(RAL)의 HIPER 프로젝트 책임자 마이크 던 교수는 이것이 당장 세계 에너지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2030년까지 지상 원자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듀트륨(D)과 트리튬(T) 등 주변에 흔한 두 가지 중수소 동위원소를 융합시켜 헬륨을 만드는 기술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꿈이었다.

던 교수는 바닷물 1㎦에 전세계 석유 매장량 전부를 합친 것과 같은 에너지가 들어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중수소 동위원소들을 고온에서 융합시키면 약간의 질량이 사라지는 대신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방출되며 이 때 나오는 부산물의 방사능 준위는 병원 폐기물보다 낮은 수준이다.

태양의 핵에서는 거대한 중력의 압력 때문에 섭씨 1천만도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만 태양보다 압력이 훨씬 낮은 지구에서 이런 반응이 일어나려면 섭씨 1억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HIPER 프로젝트는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이런 초고온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런 레이저는 일부 국가의 전국 전력망에 흐르는 전력의 1만배를 지름 1㎜ 이내의 작은 점 하나에 몰아넣는 것과 맞먹는 정도로 에너지를 농축시킬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10년 완공 예정인 미국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거대한 레이저 발생시설(NIF)을 뜬 것으로 NIF는 핵실험 없이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HIPER와 NIF는 매우 다른 레이저 융합 방식을 이용하는데 던 교수의 비유에 따르면 NIF는 디젤 엔진이고 HIPER는 휘발유 엔진이라는 것이다.

즉 NIF의 방식은 연료 알갱이에 레이저를 쏘아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정도로 온도와 밀도를 높이는 것이고 HIPER 방식은 연료 압축용 레이저와 점화용 레이저 등 두 줄기를 쏘는 것으로 이 때는 연료를 NIF 수준으로 압축시키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중인 100억달러 규모의 국제 핵융합실험원자로(ITER)는 상용화 직전 단계의 원자로로 초전도 자석을 이용, 수소핵을 융합시키는 또다른 기술을 사용한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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