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가 하락’으로 기우나

2007-06-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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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 낙관 전문가 계속 줄어
S&P, 내년 말까지 8% 하락 전망
연체·차압 증가로 회복 지연될 것
부동산협회는 내년 초면 매기 회복

주택시장이 하락 추세로 틀을 잡은 지 오래지만 과연 그 하락의 골은 얼마나 깊을까. 바이어나 셀러 공히 선뜻 행동을 취하기 어려운 주택 장세다. 지금 샀다가 더 떨어지면 바이어는 손해고, 셀러 입장에서는 주택시장 하락이 이미 오래됐는데 만약 여기서 더 떨어지게 된다면 지금이라도 처분하는 편이 낫다. 행동을 취하는데 있어서 지금까지의 주택 가격보다는 앞으로의 전망이 중요하다. 바이어나 셀러 나름대로 앞으로의 주택시장에 대한 감을 갖고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견해가 도움은 될 것이다. 최근 전문가들의 견해는 주택 시장 하락과 함께 더 비관적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이 회복하려면 하락을 좀 더 계속한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라는데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다.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그 하락의 폭과 기간. 바닥을 찍고 회복으로 돌아서려면 장기에 걸친 하락을 경험해야만 할 것이라는 상당히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급락론


스탠다드 푸어스의 수석경제분석가 데이빗 와이스는 2008년 4분기까지 향후 24개월간 주택가격하락폭이 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껏 발표된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전망보다 훨씬 비관적인 추계다.
그가 이처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모기지 연체와 주택차압. “주택 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연체 및 차압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많은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주택 매입 능력(affordability)을 크게 초과하여 부풀려져 있어 대폭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사우스 플로리다를 비롯한 투기적 목적의 세컨드 홈 투자가 붐을 이뤘던 지역은 타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와이스는 “세컨드 홈은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전망에 따라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와이스는 지난해 올해 성장률을 3.3%로 예상했으나 주택부진으로 인해 2.25%로 하향 조정했다.
와이스와 비슷한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무디스 이코노미.컴의 주택경제 디렉터인 셀리아 첸이 그 중 한 사람. 그는 향후 24개월간 주택시장 가격 전망에 대해 무디스도 와이스의 전망치와 일치한다며 중간 평균가격 하락폭을 8%로 전망했다.

■소폭 하락론
전국부동산협회(NAR)가 비관론에 대해 방어벽을 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NAR의 수석경제분석가 로렌스 윤은 “와이스의 전망치는 너무 대담한 전망”이라며 같은 기간 1.4% 하락을 예상했다. 소폭이긴 하지만 부동산협회가 하락을 예상하기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는 “주택가격이 이미 3분기 연속으로 떨어졌으며 이젠 회복이 2008년 초에는 시작된다”고 전망했다.
투기적 수요에 의해 촉발된 붐이었기에 투기 수요 감소로 인한 하락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으며 최근 투기적 투자가 완연하게 줄어 회복의 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NAR 통계에 의하면 투기적 주택매입은 2006년 중 29% 하락했는데 이런 하락추세는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윤씨는 투기적 매입 사이클이 지남에 따라 이젠 보다 전통적 요인-고용이나 경제성장, 인구증가등이 주택시장을 끌어가는 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베이비부머들이 자신의 최고 소득 시점에 도달함으로써 세컨드 홈 매입이 증가할 것이다.
윤씨는 매매가 먼저 살아나고 가격 회복도 뒤따르게 될 것이라며 판매는 이번 여름부터는 활기를 띨 것이나 가격은 현재 쌓인 주택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된 다음부터 상승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폭 하락론

모기지은행협회(MBA)의 수석경제분석가 덕 던컨은 와이스보다는 완화된 전망을 내놓았다. 그의 예상치는 2.7% 하락. 하지만 인플레를 감안하면 주택가치 하락은 5%에 달할 것이다. 던컨의 분석에서는 공급쪽의 와일드카드도 감안하고 있는데 추계에 포함시키지 않은 판매 해약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차압, 기록적인 빈집 증가를 고려하면 주택가격 하락폭이 전망치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는 주택 공급량이 공식적인 통계가 지적하는 것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가격이 내려가는 시장에서는 셀러들이 매도에 나서 가격이 더 하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증시가 본 주택시장 전망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케이스 쉴러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관한 선물 상품을 개발해 현재 거래중인데 S&P/케이스 쉴러 지수와 선물도 와이스의 주장과 비슷한 대폭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쉴러 지수가 커버하고 있는 미주요 10개 주택시장의 지수 하락은 2006년 3월에서 2007년 2월까지 1.7% 였는데 선물거래는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2월까지 12개월간 3.9% 하락으로 둘을 합하면 24개월간 5.6% 하락이 전망됐다.
와이스나 첸의 8% 급락보다는 적지만 MBA나 NAR 추계보다는 훨씬 폭이 크다. 그러나 쉴러의 지수상에 나타난 선물 거래에는 주택시장의 일부 모습만이 비춰질 뿐이므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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