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 장기 기증은 나눔의 실천이다

2007-05-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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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소중함은 그 건강을 잃었을 때야 비로소 절감한다. 그리고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사실적 인지와 그 감사함은 인생은 ‘그래도 살만한 것’이라고 외쳐 볼 때보다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데 살 수 있는지가 의문일 때 당연히 더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소중한 삶을 접어야 할 때가 불시에 찾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장기 기증을 권한다. 장기 기증은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한가지 방법으로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기증은 어떠한 자원봉사나 기부금 증서에 비유될 수 없는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자선사업이자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가 살면서 타인과 나누고 사는 것이 몇 가지나 되는지 묻고 싶다.
나눔의 삶을 실천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은 이질적인 것 같다. 더더구나 장기기증은 동양인들에게는 관념과 문화의 차이로 실천이 용이하지 않은 것 같다. ‘신체발부 수지부모’의 문화는 사후라도 몸에 손대는 것을 터부시해 장기 기증은 더더욱 생활화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삶과 죽음을 연장된 하나의 선으로 생각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면 고루한 관념의 벽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공원묘지를 음악회장으로도 쓰고 학교 아이들의 행사장으로도 쓰면서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육체가 지극히 이타적인 생명의 연장에 좋은 도구로 쓰여진다는데 어떻게 꼭 반대만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이미 나는 그 육체가 필요 없어진 뒤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끔찍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생명의 유한성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한다면 아이들 말처럼 소위 ‘cool’ 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Donate Life California Organ & Tissue Donor Registry에 등록하면 사후 장기 기증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운전면허증을 새로 할 때나 재등록할 때 표시를 하면 Registry에 자동 등록이 된다.
그리고 운전면허증이나 ID 카드에 동그란 ‘기증자‘ 표시가 프린트되어 보내진다. 장기기증을 먼 나라 미담으로만 생각지 말고 실천 할 수 있는 나눔의 삶으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내게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신체의 일부분이 소중한 생명을 구해낼 수 있다는, 또 다른 사회 헌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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