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처님 뜻은 행복하게 살라는 것”

2007-05-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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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뜻은 행복하게 살라는 것”

암도 큰스님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수행처라고 생각해 포교하고 다닌다”고 말한다. <이승관 기자>

■ LA 찾은 한국 불교의 부흥사 암도 큰스님

브루나존자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설법을 제일 잘 하는 성자로 꼽혔다. 암도 큰스님은 한국에서 브루나존자로 불린다. 1970년대부터 곳곳을 누비며 설법과 법문을 통해 한국 불교를 포교해 왔기 때문이다. 무진장 스님과 함께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부흥사’다.
불기 2551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회를 위해 LA를 찾은 암도 큰스님을 만났다. 큰스님은 아주 쉬운 말로 인생에 대해 술술 풀어놓았다.

“나만 옳다, 나는 다르다”는 고정관념 버려야
물욕-탐욕 구분하고 분수 지키는게 선 수행


― 부처님이 이 세상 오신 건 어떤 뜻이 있나요.
“행복하게 잘 살자는 걸 알리기 위해 오셨죠. 개인이 자유를 누릴 때 행복합니다. 자유란 자기에서 유래했다는 뜻입니다. 세상 일이 자기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면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게 되죠. 그러면 자유롭게 되고,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자유를 구가하려면 힘을 키워야 해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은 힘도 있고 자유로울 때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갈 수 있다는 뜻이죠. 그 중에서도 지혜의 힘이 있어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어요.”
― 개인만 자유를 누리면 다른 사람과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인간의 3대 목표는 자유, 평등, 평화입니다. 나에게 자유가 중요하듯, 남에게도 자유가 중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평등이죠. 남과 상호관계가 평등하면 인류 전체가 평화로워집니다. 평등하려면 남에게 자비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죠. 그게 불성(부처님 마음)의 발휘입니다.”
― 행복의 조건인 힘은 무엇인가요.
“보통 힘은 체력, 정신력, 재력, 권력이라고 생각하죠. 거기에 매력이 더해져야 진정한 힘이 생깁니다. 남에게 매력이 없는 사람은 다른 거 아무리 많이 가져도 소용없어요. 매력은 정직에서 옵니다. 자기 분수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할 때 정직해집니다. 없는 사람이 있는 체 하는 건 정직한 게 아니죠.”
― 재력이 없는 스님은 어디서 힘이 생기나요.
“약하고 가난하고 물질이 부족한 사람은 동정을 받죠. 그것도 힘이 됩니다. 스님은 마음의 부담이 없기에 힘이 생깁니다. 마음이 부자가 되죠. 그러면 대중의 존경을 받고, 그게 또 힘을 키워줍니다. 성경에서도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가르치잖아요. 마음이 넉넉해지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죠.”
― 모두가 스님처럼 가난해야만 하나요.
“아닙니다. 스님이 하는 수도와 세속인이 하는 수행은 전혀 다릅니다. 수도는 부처님이 되는 길로 개인 완성을 뜻합니다. 수행은 부처님이 돼서 가는 길입니다. 중생이 자비심으로 보시해서 불국토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세속인이 자비심을 발휘하려면 돈도 있어야 하고, 권력도 있어야 합니다.”
― 세속인은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나요.
“우선 심리상태가 좋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해가 잘 돼야 합니다. 나만 옳다, 나는 다르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버리면 해탈할 수 있고, 이해력이 좋아집니다. 그러면 속물 근성을 버릴 수 있고 탈속하게 됩니다.”
― 속물 근성은 왜 생기나요.
“물욕과 탐욕을 구별하지 못하는 게 문제죠. 누구나 물욕은 있어야 하지만 지나치면 안 됩니다. 선 수행이란 곧 본분과 분수를 지키는 걸 배우는 거죠. 탐욕을 아는 길은 매일 자기 반성을 하는 겁니다. 스스로 피곤하고 힘들다면 탐욕에 들었다고 봐야죠.”
― 과욕의 끝은 무엇인가요.
“욕심대로 안 되니 분노가 생기죠. 자기 불만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고, 환경 탓을 하게 되죠. 분노란 결국 자기 능력과 여건을 못 살펴 생깁니다. 어리석어서 욕심이 생기고, 욕심대로 안 되니 화가 나죠. 그래서 불교에서 탐진치를 세 가지 독이라고 가르칩니다.”
― 스님 설법에는 다른 종교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어려서는 서당에서 유교를 배웠고, 초등학교 때는 제일교회와 중앙교회를 다녔어요. 군대에서는 천주교회에 나갔어요. 그러니 여러 종교 맛을 다 봤지요. 종교의 목표는 다 사랑입니다. 내 종교만이 옳다고 소리치니 종교간 평화가 없는 거지요. 교회에 가서도 인성 회복 노력을 하면 그게 불심이고 자비심이고 화합이죠.”
세수 70세인 암도 큰스님은 지금껏 6,000번이 넘는 설법을 해왔다. 이제는 재발심을 위해 백양사 청양원 암자에 거주하면서 말을 삼가고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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