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암흑물질, 작은 은하 내부에 숨어있다

2007-05-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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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의 85%를 채우고 있는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지금까지 천문학계에서는 이런 물질이 대규모 은하 주위에 무리(헤일로)로 존재할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프랑스 천체물리학자 프레데릭 부르노 등 연구진은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종전의 간접적인 방식보다 나아간 새로운 방법으로 관측한 결과 암흑물질은 대규모 은하충돌로 태어난 `재생’ 왜소은하들 내부에 숨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암흑물질 관측은 은하를 구성하는 일반물질의 이동속도를 계산하고 이를 다시 실측된 속도와 비교하는 간접적인 방법에 의존해 왔다.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대규모 은하들의 10%만이 눈에 보이는 일반물질이다.

그러나 부르노 팀은 미국 뉴멕시코주의 대형 전파망원경 네트워크(VLA)와 자료 계산, 컴퓨터 모델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지구와 약 2억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단 NGC5291을 관찰한 결과 중심부의 큰 은하 주위를 보다 작은 왜소은하들이 구름처럼 둘러싼 일종의 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작은 은하들이 뭉쳐있는 현상에 대해 약 3억6천만년 전 대규모 은하가 소용돌이 모양의 NGC5291과 충돌할 때 생긴 파편들로 이루어진 `재생’ 왜소 은하들이라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NGC5291보다 질량이 6배 크고 가지런한 궤도를 가진 은하 IC4329를 유력한 충돌체로 보고 있다. 이 은하는 크기 때문에 NGC5291과 충돌하고도 별다른 변화없이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만일 암흑물질이 대규모 은하의 가장자리에 몰려 있다면 작은 재생은하들에서는 발견되지 않을 터이지만 이들 왜소은하의 성분은 3분의 1만이 일반물질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은하들이 무리 부위에 암흑물질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보다 많은 암흑물질을 갖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재생은하에 들어있는 암흑물질의 절반은 원시 상태의 수소가스로 추정된다면서 은하 속에 숨어있는 물질이 일반물질이든 암흑물질이든 왜소은하와 암흑물질의 위치에 관한 기존 이론들은 시험대에 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르노는 암흑물질은 수백만 또는 수십억개의 별들을 은하 형태로 묶어주는 `중력 풀’ 같은 존재로 이것이 없었다면 우리은하는 이미 산산이 흩어져버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흑물질은 중력의 원천이며 대규모로는 일반 물질과도 반응하지만 우리태양계 같은 작은 규모로는 효과를 측정할 수 없어 이를 직접 포착할 수도 없고, 그 성질이 어떤 지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학자들조차 암흑물질의 정의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바리온물질’, 또는 `중입자물질’로도 불리는 일반물질은 식물이나 바위, 별처럼 만지거나 최소한 볼 수라도 있는 물질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 바리온 물질은 저온 가스나 연료가 소진된 먼 거리의 어두운 별 등의 형태를 띠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일부 학자들은 이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반 물질을 `암흑물질’로 부르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물질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그 성질이 밝혀지지 않은 `비(非)바리온 물질’일 가능성이 크며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정의를 이런 범주로 국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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