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쥐와 새, 나는 방식 딴판

2007-05-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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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와 새는 지상에 단 둘 뿐인 등뼈 가진 날짐승이지만 이 두 집단이 날개를 이용해 나는 방식은 판이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의 제프리 스페딩 교수 등 연구진은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두 집단은 모두 날개를 퍼덕이는 방식으로 날지만 양력을 얻기 위해 날개를 위쪽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은 꿀을 먹는 팔라스 긴혀박쥐(Glossophaga soricina)를 관찰한 결과 이들이 복잡한 환경에서 유연하게 곡예비행을 하는데 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돌진과 급선회, 복잡한 방향수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곤충을 잡거나 꽃에서 꽃으로 옮겨 다닐 때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안개 제조기로 만든 안개를 가득 채운 바람 터널에서 박쥐와 새들을 각각 날게 한 뒤 날개의 움직임으로 일어나는 안개 입자들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새들은 깃털을 창문 블라인드처럼 펼칠 수 있지만 박쥐들의 날개는 위쪽을 향해 펄럭일 때 양력을 증가시키는 비틀린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등뼈동물이 힘을 이용해 나는 방식은 세 차례에 걸쳐 진화했다.

첫번째 진화 결과는 약2억2천만년 전에 등장한 익룡이었고 이들은 6천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들과 함께 멸종했다.

두번째로 새들은 약1억5천만년 전 깃털달린 작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으며 소행성 충돌의 재난에서도 살아 남았다.

한편 주로 야행성인 박쥐는 힘을 이용해 비행하는 유일한 포유류로 약 5천만년 전 등장했다. 날다람쥐 같은 일부 동물은 나는 것이 아니라 활강하는 데 불과하다.

새와 박쥐의 날개는 다르다. 새의 깃털은 몸통과 연결된 가벼운 팔과 손뼈로부터 뒤쪽으로 돋아나 있지만 박쥐의 유연하고 비교적 짧은 날개에는 긴 손가락 사이에 펼쳐친 막이 달려 있다.

지구상에는 전체 포유류 종의 20%나 되는 약 1천종의 박쥐가 살고 있으며 대부분은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연구진은 우리가 박쥐에 대해 무지한 것은 이들이 주로 밤에 돌아다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지가 근거없는 두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여기서 온갖 종류의 괴상한 전설과 신화가 생겨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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