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성의 핵은 액체 형태

2007-05-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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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수성의 핵 형태가 마침내 액체로 밝혀졌다고 라이브 사이언스 닷컴이 3일 보도했다.

미국 코넬대의 장-뤽 마고 박사 등 연구진은 수성이 자전할 때 나타나는 작은 뒤틀림을 뜻하는 `경도칭동(經度秤動)’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수성의 핵이 액체 형태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는 날달걀인지 삶은 달걀인지 구별하기 위해 달걀을 돌려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의 지상 망원경에서 수성으로 발사한 전파신호가 반사된 것을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포착하는 방식으로 5년간 21차례 관측한 결과 수성의 핵이 고체일 경우에 비해 칭동률이 2배나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고 박사는 수성의 자전율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핵이 최소한 부분적으로 녹아 있는 형태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우리는 이런 결론에 95%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 공전 주기가 지구 시간으로 88일이며 철 성분의 내핵을 둘러싼 얇은 규산염 성분의 맨틀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성의 질량이 지구의 5%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 행성이 생성 초기에 급속히 냉각됐을 것이며 따라서 내부에 액체형 핵이 있다면 당연히 얼어서 고체 형태가 됐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30년 전 미국의 수성 및 금성 탐사선 마리너 10호가 수성 근접비행 과정에서 수성 내부에 지구의 1% 정도로 약한 자기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기장의 존재는 일반적으로 역동적인 용해 상태의 핵이 있음을 의미한다.

마고 박사는 수성이 형성될 무렵 철 성분 핵에 황 등 가벼운 원소가 섞여 녹는 온도를 낮췄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 가벼운 원소가 철에 섞인다면 핵이 현재까지 액체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설명될 수 있다. 태양에서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황이 응축되지 않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새 연구는 이처럼 예상 밖의 결론으로 이어졌을 뿐 아니라 표준적인 행성 형성 이론과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학계에 새로운 과제를 단져주고 있다.


행성 형성 이론에 따르면 행성들은 새로 태어난 별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는 가스 및 먼지 원반에서 탄생하는데 이런 원시행성 원반 내부의 원소들은 농도에 따라 항성과 각각 다른 거리에서 응축되고 고체화된다는 것이다.

무겁고 융점이 높은 철이나 니켈, 규산염 등 원소는 별과 가까운 거리에서 고체로 응축되며 이런 고체 성분으로부터 행성의 `태아’, 즉 소행성들이 형성돼 때로는 완전한 행성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 내태양계의 행성들은 대부분 무거운 원소들로 구성되며 황처럼 가벼운 원소들은 태양으로부터 멀고 온도가 낮은 곳에서 고체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 연구는 태양계 역사의 초기에 가장자리의 가벼운 원소들이 소행성간 상호 중력 때문에 내태양계로 밀려 들어가는 이른바 `반경(半徑) 섞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수성이 형성된 위치에서 황 성분이 고체화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황성분은 외태양계로부터 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금성의 핵에 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은 오는 2008년 미항공우주국(NASA)의 수성탐사선 메신저호가 수성에 근접비행할 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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