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토로라 게섰거라

2007-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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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휴대폰 2위탈환 눈앞

신흥시장 중저가폰 공략… 1분기 매출 ‘쑥’
’후속타’ 없었던 모토로라는 매출 31% 격감

한국 휴대폰업체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세계 휴대폰 시장 2위업체인 모토로라의 실적이 올들어 곤두박질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대약진, 2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전자도 초콜릿폰 등 고가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상승세로 반전됐다.


부동의 1위 노키아와 2위로 올라선 모토로라에 눌리고, 소니에릭슨에 치여 샌드위치 신세였던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고토수복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세계 주요 휴대폰 업체들의 1분기 실적 집계 결과, 모토로라는 추락했으며, 3, 5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출, 영업이익, 점유율이 크게 개선됐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전자의 모토로라 추월 가능성. 2002년 세계 2위(매출액 기준)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2005년 2분기부터 ‘레이저’를 앞세운 모토로라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뒤 줄곧 모토로라를 추격하는 데 급급했다. 자존심 회복에 절치부심해온 삼성전자는 일단 권토중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모토로라의 1분기 성적표는 참담했다. 휴대폰 판매량은 4,540만대로 지난해 4분기 6,570만대에 비해 31% 줄었으며 매출액도 54억달러로 전분기 78억달러보다 31% 격감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7억5,300만달러 흑자에서 2억3,100만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시장 점유율도 22.2%에서 17.5%로 푹 꺼졌다.

반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53억9,400만달러로 모토로라에 바짝 다가섰다. 영업이익도 6,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전분기 10.8%에서 14%(3,480만대 판매)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를 턱밑까지 바짝 추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흥 시장 공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고가폰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다가 중저가폰도 내세워 중국, 중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등 신흥 시장을 개척한 것이 대박을 터뜨린 것.

고개를 푹 숙인 모토로라는 2년전 선보인 ‘레이저’ 이후 후속타(후발제품)가 없었던 것이 결정적인 패착으로 작용했다. 서유럽에서 노키아와 맞서기 위해 ‘크레이저’의 가격을 낮춘 것도 수익성을 나쁘게 했다.


대추격의 계기를 마련한 삼성전자의 앞길에는 ‘꽃길’만이 놓여 있는 게 아니다. 이번 2분기에 울트라에디션2 등 신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토로라가 제2의 레이저를 선보여 영토회복에 나설 경우 ‘대항마’를 제때 선보여야 하는 것도 과제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전자의 경우 휴대폰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었으나 대당 가격과 시장점유율은 상승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9.4%, 3.7% 감소했지만, 개당 가격은 158달러로 소니에릭슨(192달러)을 제외하고 노키아(116달러), 모토로라(119달러), 삼성전자(155달러)를 모두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유럽 등에서 ‘초콜렛폰’ 등 고가폰이 많이 팔린 것이 효자역할을 했다.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노키아(20일)와 소니에릭슨(21일)도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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