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빗족 체구는 `섬의 법칙’ 반영

2007-04-18 (수)
크게 작게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수만년 전 왜소 인류 화석을 둘러싼 수수께끼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고 학자들이 발표했다.

런던 임피리얼 칼리지 연구진은 영국 생물학 저널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호빗족의 작은 체구는 섬 특유의 환경이 주는 진화 압력의 자연적인 결과, 즉 이른바 `섬의 법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작은 섬에서는 작은 종의 생존력이 높아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다가 나중엔 거대한 몸집으로 진화하는 반면 몸집이 큰 종은 먹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적게 먹는 쪽으로 진화하면서 점점 작아진다는 것이 `섬의 법칙’의 골자이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논문들과 인터넷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섬의 법칙’에 직면한 영장류의 진화과정을 추적한 결과 섬에 사는 몸무게 5㎏ 미만의 작은 종들은 본토의 같은 종보다 훨씬 몸집이 커진 반면 몸집이 원래 컸던 종은 본토 종에 비해 52~80% 수준으로 작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빗 족의 몸집이 현재 인도네시아인의 55%, 호모 에렉투스의 52% 수준이라는 점은 이런 이론과 일치하며 따라서 호빗족은 섬에 고립된 왜소종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플로레스 섬이 본토로부터 분리된 뒤 섬에 갇힌 인간이 점점 작아졌을 가능성을 지적했으나 호빗족의 조상이 호모 에렉투스였는지, 호모 사피엔스였는 지를 다루는 논쟁에는 개입하기를 거부했다.

또한 호빗족의 두뇌가 그들의 작은 몸집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작아진 이유도 분명히 제시하지 않았다. 호빗족 만한 현생인류의 어린이, 예를 들어 피그미 족의 어린이도 호빗족보다는 훨씬 큰 두뇌를 갖고 있다.

키가 1m도 채 안 되고 두개골 크기가 자몽 만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일명 `호빗’족은 8만~2만년 전 플로레스 섬의 동굴에서 살았으며 연장을 만드는 솜씨와 사냥, 도축 솜씨가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화석을 발견한 학자들은 이들을 현생 인류의 조상 중 하나인 호모 에렉투스로부터 내려온 별개 종 인류로 보고 있으나 학계에서는 쉽게 수긍하지 않고 있다.

만일 이들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20만~15만년 전에 등장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시기에 플로레스 섬에서 같이 살았을 뿐 아니라 어쩌면 교배까지 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며 이는 현생 인류의 DNA에 호빗의 유전자가 들어있을 가능성마저 시사하는 것이다.

(파리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