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T.렉스 단백질에서 조류 진화 단서 발견

2007-04-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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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800만년 전에 살았던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의 뼈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작업이 처음으로 성공했으며 이를 분석한 결과 구조가 오늘날 닭의 단백질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생물학과 생화학 분야의 이 두 가지 연구 성과는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동시에 발표됐다.

메리 슈웨이처 교수가 이끄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2003년 몬태나주에서 발견된 T.렉스의 다리뼈에서 채취한 콜라겐 단백질을 하버드대 의대에 의뢰해 분자구조를 분석한 결과 오늘날 닭의 단백질과 같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버드대 의대 질량분석연구소의 존 아사라 소장은 자신들의 연구 성과에 대해 공룡과 새 사이의 관계를 분자 수준에서 보여주는 최초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됐을 것이라고 추측해 왔지만 이를 입증하는 연조직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단백질 등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질은 100만년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정도로 여겨져 왔으나 이 연구는 이런 한계를 훨씬 뛰어 넘음으로써 화석화된 동물의 연조직이 광물질로 변한다는 기존 관념을 무너뜨렸다. 이 T.렉스의 화석은 깊은 사암층 밑에서 발견됐다.

이 연구들은 장차 고대 생물의 DNA 분석과 진화 연구 범위가 엄청나게 확대될 것임을 예고하는 동시에 새와 공룡의 혈연관계를 단순한 가설 수준에서 이론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두 논문의 공동집필자인 슈웨이처 교수는 고대 동물의 뼈에 남은 조직을 통해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영화 `쥬라기 공원’의 설정과 달리 T.렉스 표본에서 고유의 DNA를 추출하지는 못했다.

이들은 그러나 현존하는 아미노산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고 신생대 제3기 중기부터 제4기 중기까지 살았던 마스토돈의 가상 유전자 지도와 비교한 결과 4개의 고유한 염기서열을 포함하는 모두 78개의 펩티드를 발견하는 성과를 얻었다.


학자들은 이 두 연구를 계기로 앞으로 화석 보존에 관한 학계의 관념이 바뀌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고생물학자들은 지하수나 박테리아에 의한 부패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깊은 곳에서 표본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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