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붉은털원숭이, 인간과 유전자 93% 공유

2007-04-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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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500만년 전 인류와 공동 조상으로부터 갈라진 붉은털원숭이의 게놈 지도가 영장류로는 세번째로 완성돼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의 진화와 질병 연구에 큰 진전을 가져오게 됐다.

미국 베일러 의대의 리처드 깁스 박사가 이끄는 170명의 국제 연구진은 `레서스 원숭이’로도 불리는 붉은털원숭이의 게놈 지도를 해독한 결과 인간과 93%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게는 없는 일부 공유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붉은털원숭이는 사람의 혈액형을 결정하는 Rh인자를 갖고 있어 각종 의학 및 생리학 실험에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사람에게만 병을 일으키고 원숭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일련의 유전자 돌연변이들이 발견돼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학자들은 또 침팬지와 사람이 공유하는 특정 유전자가 서로 다를 경우 어느 쪽 돌연변이가 먼저 일어났는지 알 수 없지만 붉은털원숭이의 유전자까지 함께 비교하면 높은 지능과 직립보행 등 현생인류의 중요한 특징을 일으킨 미묘한 유전자 변화를 집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산 암컷 붉은털원숭이의 간에서 채취한 DNA를 이용해 이루어진 이 연구성과에 대해 미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의 프랜시스 콜린스 소장은 과거에는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비교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세 종의 비교가 가능해져 인간만의 특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1년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된 데 이어 600만년 전 인류 조상과 갈라진 침팬지가 99%에 가까운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으며 다른 동물들의 게놈 지도도 속속 완성되고 있어 다양한 유전자들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와 다른 영장류들을 비교함으로써 이들의 차이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근 200개라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 가운데는 털을 만들고 면역반응에 관여하고 막(膜)단백질을 형성하고 난자와 정자를 결합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

학자들은 또 면역체계의 일부를 운영하는 유전자 수가 붉은털원숭이에게는 사람의 3배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백신이나 에이즈 연구에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 사람에게는 페닐케톤뇨증(PKU)을 일으키지만 원숭이에는 그렇지 않은 유전자를 발견했고 붉은털원숭이가 사람과 침팬지보다는 암과 관련된 유전자를 덜 갖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 일반적으로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들은 다른 영장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해 왔지만 영장류 전반의 유전자는 설치류나 개보다는 빠르게 진화했다는 사실도 새로 발견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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