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모는 앞 못보는 날 버렸지만”

2007-04-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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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모는 앞 못보는 날 버렸지만”

엘렌(왼쪽)은 앞이 보이지는 않아도 아들 벤자민(가운데)과 남편 피터에게 좋은 엄마, 아내가 되고 싶은 똑같은 마음을 가졌다.

시각장애 입양아 출신 간증집회 갖는 엘 렌

양부모와 오빠·동생도 모두 시각장애인
하나님 사랑 깨닫고 용서“좋은 엄마 될것”

엘렌(27)에게는 오빠 둘(킴, 마크)과 여동생 하나(새라)가 있다. 넷에게는 공통점 네 가지가 있다.
모두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이다. 지금은 성이 니콜스로 똑같지만, 예전에는 다 다른 성을 썼다. 한국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다. 60대 중반이지만 볼티모어에서 지금도 소셜 워커로 일하는 양부모(올로, 메리)까지 합하면 온 가족 여섯 명이 모두 앞을 못 본다.
그래도 이들은 다 잘 자랐다. 양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과 열정이 밑거름이 됐다. 그래서 지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면서 산다.
엘렌은 두 살 때 시장에 갔다 엄마 손을 놓쳤다. 그것이 자신의 실수였는지, 생모의 의도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려서는 엄마가 앞 못 보는 자신을 일부러 버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분노가 가슴에 쌓였다고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른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때 양부모는 용서하라고 엘렌을 다독였다. 자신도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가 풀어준 게 아닌가 싶다고 한다. 한국서 시각 장애인으로 살았다면 더 힘들었을 텐데, 미국에서는 그런 차별이 훨씬 적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생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양부모는 엘렌과 형제를 특별한 존재로 키웠다. 하나님께서 택하셔서 귀한 자녀로 삼아주신 특권을 잊지 말라고 가르쳤다. 양부모의 사랑 안에서 엘렌의 4남매는 안전했다. 킴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마크는 사운드 테크니션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지금 엘렌은 양부모 품을 떠나 다른 안전한 곳에서 산다. 남편 피터 타르와 아들 벤자민과 함께 하는 뉴욕 플러싱이다. 2002년 온라인 채팅으로 만나 2005년 결혼한 피터는 “엘렌은 나에게 모두와 같은 존재다. 처음 데이트할 때 힘든 시간을 보내던 나를 붙들어 세워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엘렌도 장애가 자신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게 21개월 된 벤자민을 키우는 데 장애가 되는 게 아니라 아이 키워본 경험이 없는 게 문제라고. 양부모가 항상 강조한 더 적극적으로 살라는 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엘렌은 이사야 49장15절(여인이 어찌 그 젖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을 좋아한다고 한다.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는 분이시기에, 제 눈을 가리신 것에도 다 뜻이 있을 것입니다. 제 약점에 고민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 의지하며 살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메시야 칼리지를 휴학한 엘렌의 꿈은 다른 엄마와 비슷하다.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고, 아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거다. 학업을 계속해 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목표도 잊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장애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이 자신들과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 적극적으로 보통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엘렌 간증집회 일정>
▲하나로교회(13일 오후 8시)
▲새생명 장로교회(15일 오전 9시30분)
▲오렌지카운티제일장로교회(18일 오후 7시)
▲나성교회(20일 오후 8시)
▲나성영락교회(22일 오전 9시30분)
▲글로벌선교교회(25일 오후 8시)
▲감사한인교회(27일 오후 7시)
▲세리토스장로교회(29일 오후 5시)
▲생수의강선교교회(5월2일 오후 7시)

문의 (714)522-4599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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