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말죽거리 신화의 LA 상륙’

2007-04-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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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강남 부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1969년 한남대교의 개통이었다. 부동산 폭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말죽거리 신화의 기초가 마련된 공사였다. 그 때까지 강남은 논과 밭이 즐비하고 배나무 과수원이 널려진 가난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 불과했다. 70년대 초 말죽거리 일대의 땅값은 한 평에 약 4,000~5,000원 정도였다. 그리고 한남대교 남측의 저지대인 신사동과 그 옆 압구정동은 홍수 때마다 침수가 되는 지역이었으므로 평당 2,000~3,000원선에서 거래됐다.
1968년 12월에는 이미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이 시작됐다. 때 마침 월남전쟁의 특수로 풀린 시중의 투기성 자금은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주변 지역에 몰리면서 바야흐로 복부인이 뛰는 부동산 공화국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그로부터 40여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강남의 부동산 시세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아파트 거래의 침체 속에도 최근 삼성타운 개발 호재로 강남역 서초로 주변 아파트값과 오피스텔이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타운과 마주보고 있는 서초동 진흥아파트 33평형 시세는 9억5,000만~10억원으로 2년 전보다 2억원 이상 오른 상태다. 인근 상가나 오피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 오피스텔 분양도 1주일 만에 모두 팔려 나가는 판이다(송도 오피스텔이 지난 주에 5,000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니 한국 부동산 열풍은 과연 극성이다). 연면적 12만평에 이르는 삼성타운 개발 호재와 롯데타운 개발 기대감이 인근 부동산값을 쌍끌이하고 있다고 한다. 롯데칠성이 물류센터로 사용하고 있는 1만200평의 땅이 주거 업무 상가 등으로 합쳐진 복합단지로 탈바꿈 된다는 것이 새로운 개발 계획의 골자다.
여기에 호텔형 오피스텔인 아르누보씨티가 최고급 명품 콘도텔의 간판을 내걸고 서초 프로젝트 분양을 LA에서 먼저 시작했다. 삼환기업이 2009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짓는 아르누보씨티가 지하 8층 지상 19층의 규모로 세워지는 공정으로서 3년 최고 10%의 수익률을 내세워 미주 분양에 들어간 것이다. 서초로 일대는 도로 인프라 개선 및 오피스 중심의 복합 타운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향후 제2의 테헤란로로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인근 경부고속도로에 9075평 크기의 교량형 하늘공원도 생겨나게 된다.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비롯해 잔디광장, 쉼터, 체육시설 등이 만들어지며 실개천이 흐르는 청사진이다.
한 경제지 보도에 의하면 강남대로 1층 40~50평 규모의 상가 권리금은 현재 3억원선이며 임대보증금 3억~5억원에 월세 1,000만~1,500만원을 오르내린다고 한다. 레지던스(호텔형 오피스텔) 분양가도 상승세다. 롯데 타운 인근 ‘부틱 모나코’ 주상복합 건물의 오피스텔 170가구는 평당 분양가가 주변 오피스텔의 평균 시세인 1,600만원보다 70% 이상 비싼 2,700만원(스퀘어피트당 약 800달러)인데도 모두 팔려 나갔다.
FTA 협상도 타결되었고 글로벌 무장벽 시대를 맞아 국가간 해외여행이 늘어나 여행 문화가 보편화되면 기존 호텔의 공급이 부족해지는 만큼 그 수요를 대체하는 상품으로서 가격과 서비스의 품질면에서 호텔보다 경쟁력을 지닌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당연히 인기 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LA 한인타운에도 고급 호텔 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 것이며 특히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이 프랜차이즈 호텔과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신규 진출 유망지로 꼽히고 있다. 현지 호텔업계가 긴장하는 가운데 말죽거리 신화의 바람이 신종 콘도텔의 붐을 타고 로스앤젤레스에 몰아치고 있는 느낌이다. (213)590-5001 luxtrader@naver.com

김준하 <윈 부동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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