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시아 과학계, 돈벌이 `우주택시’ 우려

2007-04-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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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동안 꾸준히 우주인과 우주 장비들을 실어 날랐던 믿음직한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스호가 9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도킹했지만 일부 러시아 우주인과 우주과학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갑지만은 않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 우주선이 미국 관광객을 위한 `우주 택시’로 전락했다는 탄식이다.

미국 언론의 화려한 조명 속에 우주 관광에 나선 미국 소프트웨어 재벌 찰스 시모니(58)는 총액 2천500만달러, 분당 1천300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요금을 내고 소유스호에 탑승한 5번째 미국인이다.


미국이 앞으로 3년간 우주왕복선을 띄우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돈많은 미국 우주 관광객들은 한동안 러시아 우주항공계에 큰 돈줄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현재 소유스 유인 왕복선 2대와 무인 프로그레스 화물선 4대를 건조중이어서 오는 2010년이면 소유스를 4대, 프로그레스는 7대를 보유하게 된다.

미국의 우주선들과 달리 소유스호는 한 번만 사용될 수 있도록 제작되는데 러시아 정부는 차세대 우주선 개발비를 책정하는데 굼뜬 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 우주과학 전문지 `노보스티 코스모나브티키’의 편집인 이고르 마리닌은 우주선을 많이 만드는 것은 다른 사업에 들어갈 예산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우주 관광 사업이 돈이 될수록 러시아 우주인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ISS에서 돌아온 러시아 우주인 파벨 비노그라도프는 소유스호가 이제 `우주 택시’가 됐다고 비꼬면서 차세대 우주선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 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은 오는 2015년께 달 탐사 기능을 갖춘 차세대 우주왕복선 오리온을 개발중인데 비해 러시아 우주산업은 아직도 소련 붕괴 이후 우수 인력이 빠져나가고 현대 장비도 갖추지 못한 정체상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주 사업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한 것은 외국 인공위성을 띄워주고 외국 우주인과 우주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 덕분이다.


유가 상승으로 경제 형편이 나아진 이래 러시아 정부의 우주 예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구소련 당시 설계된 로켓과 우주선들을 대체할 차세대 우주선 설계 예산은 아직도 턱없이 모자란다.

러시아 우주 당국자들은 소유스와 프로그레스가 1960년대의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당시와 같은 것은 외관 뿐이라면서 탁월한 안전성과 첨단 제어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유스가 승무원 외에 지구로 실어 나를 수 있는 화물은 50㎏에 불과해 과학실험 장비들의 운반 능력이 크게 떨어지며 프로그레스호의 화물 운반 능력도 2.75t에 불과하다.

또한 소유스호 탑승자들은 ISS를 향한 이틀 동안의 비행 내내 좌석에 앉아 있어야만 한다. 지구 대기권 재진입할 때는 급격한 감속으로 극심한 관성력을 일으키며 낙하산을 이용한 착륙은 거칠기 짝이 없다.

두 우주선 제작사인 국영 RKK 에네르기야사는 오래 전부터 재사용이 가능한 신종 우주선 제작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이 회사가 제안한 차세대 우주선 클리퍼는 보다 안락하고 운영비도 3분의1 밖에 들지 않으며 좌석도 6개나 돼 ISS 승무원 운반 뿐 아니라 달 탐사에도 이용될 수 있다.

에네르기야사에 따르면 클리퍼를 다섯대 만드는 데는 15억달러가 들어간다. 지금까지 이 회사가 만든 것은 합판과 플라스틱 모델 뿐이다.

마리닌은 미국과 유럽, 일본이 미래형 우주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는데 러시아는 세월만 허송하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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