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물에 잠기는 해안 도시’

2007-03-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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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미래는 심각하다. 바닷물 온도의 상승으로 그린랜드의 빙하 두께는 매년 2m씩 얇아지고 있으며 지구 전체 담수량의 90%를 차지하는 남극 대륙의 빙산은 일년에 약 1조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얼음 덩어리를 방출하고 있다. 이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되면 저지대는 침수되고 만다. 해수면은 지나간 100년 동안 전체적으로 평균 25cm 상승되었고 2100년에는 95cm 정도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경우 키리바시와 피지, 마이크로네시아, 몰디브 등 남태평양의 낮은 섬나라는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
당장 해수면이 30cm만 더 상승해도 방글라데시 갠지즈강 저지대에 거주하는 수억명의 인구가 보따리를 싸야할 판이다. 만일 그린랜드의 빙하가 다 녹는다면 해수면이 7미터 상승하고 남극까지 모두 녹으면 66m가 상승하게 된다니 상상만 하여도 섬뜩한 일이다. 그 뿐 아니다. 뉴욕의 맨해턴, 중국의 상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침수 가능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이집트와 일본 그리고 인도도 그 공포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수면이 급격히 높아지면 네덜란드 땅의 4분의1이 수면 아래로 내려앉게 되고 캘리포니아 연안과 런던 도쿄 부산 등 세계의 해변 대도시들도 일부 침수될 것으로 경고 받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빙산의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얼음이 많이 녹을수록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는 결과로 지구 온난화가 촉진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온이 3도만 상승하여도 지구 전체에서 40억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1억7,000만명이 해안 침수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1월의 세계평균기온도 12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베트남은 2070년까지 해수면이 45cm 상승해 800만명이 집을 잃게 될 것이라고 띠엔퐁 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2,000km에 이르는 긴 해안선과 낮은 지면 때문이다. 11억의 인도인은 25%가 해안지역에 거주하고 농업 인구 비중이 27%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재난에 더욱 치명적이다. 수면이 1m 상승하면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지대 국가는 지도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된다. 또한 지구촌 경작지 중 30%가 물에 잠기게 된다.
미 애리조나주립대학 연구진은 그린랜드와 남극 서부지역 일부의 얼음이 녹으면서 100년내 해수면이 최고 6m 상승하게 되면 플로리다주의 해변 저지대와 루이지애나 남부 일대,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아우터뱅크스 지역과 캘리포니아주 중북부 센트럴 밸리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는 부동산 영역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해변지대의 조망권 프리미엄과 토지 가치를 하락시키며 그간 상승 가도를 달리던 항만 대도시의 개발에 제동을 거는 한편 상대적으로 소강상태를 유지했던 내륙 지역으로 투자 방향을 돌려 놓을 것이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바이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최우선 조건으로 해안가를 꼽았으며 두 번째가 교통 여건을 선호하였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샌디에고 라호야를 비롯 샌타모니카 샌타바바라 샌프란시스코 등 주로 캘리포니아 해안 인접지역이 상위 랭킹을 다투어왔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상의 반란과 밀려오는 해안 침수가 미래의 재앙으로 성큼 다가오는 현실 앞에서 해안가 프리미엄의 시대는 화려했던 전성기의 무대를 접고 이제 그 뒤편으로 사라져야 할 판국이다. (213)590-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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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윈 부동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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