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린란드 바람이 지구 기후에 큰 영향

2007-03-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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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바람들이 태어나는 곳이며 이 바람들이 날씨와 해류 순환,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국제 극지의 해’(IPY) 연구사업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최근 그린란드 남단 케이프 페어웰 상공을 비행하면서 이곳에서 생성되는 특이한 바람 ‘팁 제트’를 처음으로 가까이서 관찰했다.

팁 제트는 사이클론(인도양 등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이 대서양을 지나 북쪽으로 진행하다가 거대한 그린란드 섬에 부딪힐 때 형성되는 폭이 좁고 고도가 낮은 제트기류를 가리키는 것으로 그 존재가 알려진 것은 채 10년도 안 되며 그나마 대부분은 위성 자료를 통한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켄트 무어 교수 등 연구진은 근접 관찰을 통해 그린란드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양방향의 강풍이 태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때로 시속 160㎞에 이르는 이런 강풍들이 해류 순환, 더 나아가 기후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팁 제트가 기류를 왜곡시켜 바람의 속도를 높이는 현상이 항공기의 부양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행기의 날개는 공기를 두 방향, 즉 기체 위쪽과 아래쪽으로 가르게 되는데 위쪽 공기는 편평한 표면을 지나 흐르지만 아래쪽 공기는 곡선형 표면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거리가 길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위쪽 공기와 만나기 위해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무어 교수는 그린란드를 만나 우회하게 된 공기 덩이는 그린란드 상공을 지나가는 공기 덩이에 비해 먼 길을 가야 하므로 상공의 공기와 만나기 위해 속도가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사이클론이 그린란드의 북동방향에 위치할 때 팁 제트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정방향 팁 제트류가 되고 사이클론이 남쪽에 위치하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역방향 팁 제트류가 되는데 이처럼 양쪽 방향으로 강풍이 부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바람이 해수면 위를 지나가면서 바닷물의 열과 수분을 빼앗아 가면 차가워지고 염도가 높아진 물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열대 지방으로 돌아오는데 연구진은 팁 제트 강풍이 바로 이런 대류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믿고 있다.

무어 교수는 그린란드 주변 바다의 낮은 상공에서 작은 난기류 활동들이 목격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바닷물의 열을 대기권으로 옮기는 대류현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그린란드를 지나가는 사이클론이 얼어붙은 그린란드 땅의 영향을 받아 그 자체가 변화하게 된다며 그린란드가 아니라면 사이클론은 여러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게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린란드 빙관(氷冠.ice cap)은 사이클론에서 나오는 강수로 형성되고 유지되는데 사이클론이 분산되면 강수량이 적어져 빙관이 줄어들고 빙관이 줄어들면 사이클론의 분산율이 줄어드는 순환을 이루고 있다.

연구진은 팁 제트류가 해류 순환에 미치는 영향과 사이클론이 그린란드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힘으로써 기후변화가 그린란드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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