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만 있고 시스템은 없는 카이로

2007-03-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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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의 테마여행

관광수입에 국가경제 의존, 테러 때문에 지나치게 전전긍긍

카이로 킬러‘인샬라’


카이로 관광에서 신경 써야 할 일은 어느 호텔에서 자느냐다. 호텔방에서 내다보는 나일강의 경치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나일 강변에 있는 호텔에 묵어야 하고 시내 쪽으로 방을 주면 호텔측에 돈을 조금 얹어주더라도 나일강을 한눈에 바라다 볼 수 있는 방으로 숙소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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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솟는 순간 호텔에서 내다본 나일강 전경. 카이로에서는 호텔을 잘 잡아야 한다>

카이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대 도시며 인구밀도(1,500만명)도 가장 높은 도시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북적댄다. 골목마다 상을 펴놓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남자들을 볼 수 있는데 여자들은 여기에 끼지 못한다. 카이로는 세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신시가인 센트럴 지역, 이슬람 지역, 빈민가인 올드타운 등이다. 나일강을 끼고 있는 신시가에서도 ‘나일 힐튼호텔’이 있는 미단 타릴 지역이 식당과 술집, 선물가게가 몰려 있는 번화가다.
이곳 나이트클럽에서는 회교국인데도 무희들의 벨리댄스가 허락되어 있다. 그만큼 관광수입은 이집트 경제에 절대적이다. 1997년 남쪽의 룩서 덴다라 근처에서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던진 폭탄으로 관광객이 56명이나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관광객 발길이 뚝 끊어져 이집트 경제가 휘청거린 적이 있다. 이 사건 이후 일부 남부 지방은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 관광객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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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외곽지대를 경비하고 있는 낙타 순찰 경찰관. 기자가 이 사진을 찍자마자 따라다니며 포토머니(사진값)를 요구해 진땀을 뺐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16년간이나 집권하고 있지만 경제가 외국 원조에 목을 매고 있어 아프리카의 경제 중심지가 에미리트의 두바이로 옮겨지고 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카이로를 둘러보면 골목마다 빈민이 가득하고 경찰이 관광객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손을 내미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카이로 시민들이 우상처럼 섬기는 가수가 있다. 움 콜툼(사진)이라는 여가수인데 1975년 그의 장례식에 200만명의 카이로 시민이 몰려들어 국부인 나세르 대통령 장례식의 100만명을 능가했다. 움 콜툼의 노래는 전형적인 이슬람 멜로디로 한 곡이 2시간씩 계속되고 그의 독창회는 6시간씩 열리며 입장 티켓이 한 장에 1,500달러나 되는데도 표를 구할 수 없었다니 이해가 안 된다. 움 콜툼의 레코드를 기자도 들어봤는데 마치 회교의 이맘이 기도문을 외우고 있는 것 같은 멜로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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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콜툼>

카이로 하면 클레오파트라가 죽은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카이로가 아니라 알렉산드리아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여왕이기는 했지만 원래 이집트 여자가 아니라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여자다.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를 정복한 후 그의 부하 중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장군이 이집트를 수백년 다스렸으며 클레오파트라는 이 프톨레마이오스의 후손이다.
이집트인은 모든 것을 ‘인샬라’(신의 뜻이라면)에 맡긴다. 차사고 났을 때도 운전자끼리 네 잘못이냐 내 잘못이냐를 언성을 높여 한참 따지다가 마지막에는 ‘인샬라’ 하면서 싸우지 않고 헤어진다. 그래서 카이로에는 자동차 보험을 가진 사람이 극히 드물다. 카이로에 나와 있는 한국인 상사 지사원들은 이집트인들과의 거래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느냐고 다그치면 ‘인샬라’ 하면서 신의 뜻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카이로가 역사가 깊으면서도 다른 국제도시에 비해 발전이 더딘 것은 바로 이집트인의 이 ‘인샬라’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에 있는 외국인들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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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회교국이지만 여성들이 개방적이다. 도서관 앞에서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는 카이로 남녀 대학생들>

<이 철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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