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포식자도 종의 진화 속도 조절

2007-03-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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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종의 진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될 수도 있고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런 속도를 조절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캐나다 오타와대학 연구진은 네이처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지금까지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적응 방산(放散)’, 즉 조상이 같은 종이라도 놓인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는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를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토양 미생물 슈도모나스 플루오레센스(Pseudomonas fluorescens)와 이것을 잡아먹는 단세포 미생물 테트라하이메나 서모필라 (Tetrahymena thermophila)를 관찰한 끝에 다음과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즉 어떤 상황에서 포식자가 피식자를 많이 잡아먹어 개체군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면 작아진 집단에서는 먹이를 둘러싼 경쟁이 줄어들게 되는데 내부 경쟁이 별로 없는 미생물들은 새로운 먹이를 시험해 보거나 새 영역 진출을 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종의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즉 환경이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지 않으므로 피식자는 새로운 유형으로 진화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발견은 포식자가 많은 생물 종의 진화에 미치는 중요하면서도 지금까지 간과돼 온 역할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동떨어진 섬에 진출한 생물이 때로는 폭발적인 분화를 일으켜 신속히 다른 계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가 갈라파고스제도에 사는 핀치새인데 찰스 다윈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조상으로부터 나온 핀치새가 약 300만년 전 이 지역 여러 섬에 정착한 뒤 13가지 종으로 진화한 것이다.

먹이가 많고 경쟁자나 포식자가 없어 진화의 천국이었던 이 곳에서 초기 핀치새는 씨앗을 주식으로 삼고 대부분의 시간을 땅에서 보냈지만 오늘날 핀치새는 곤충과 땅벌레, 씨앗, 열매, 심지어 피까지 먹으며 어떤 핀치새는 작은 나뭇가지를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하와이 대학 연구진은 네이처지에 함께 실린 연구 논문에서 새로운 환경에 새 종이 도착한 시기와 순서가 진화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들 역시 P. 플루오레센스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같은 종의 두 변종이 시차를 두고 같은 환경에 등장했을 때 먼저 도착한 것이 막대한 이점을 누리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먼저 온 집단이 영양분과 산소를 선점함으로써 나중 온 집단을 억누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먼저 온 A와 B 집단이 다투고 있는 사이 나중에 도착한 C가 어부지리를 취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로즈매리 질레스피 교수는 이들 연구에 대한 논평에서 아무런 종도 살지 않는 빈 장소처럼 생물학자들을 당혹케 한 문제들에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생물이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 현상이 부분적으로 이주의 역사 때문일 가능성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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