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돼지 DNA로 고대인류 이동경로 추적

2007-03-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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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고대 및 현대 돼지들이 일부 태평양 섬들의 돼지들과 혈연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인류의 이동과 관련한 단서를 던져주고 있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영국 더럼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과학자들은 동아시아와 수마트라, 자바, 뉴기니 등 섬 지역에서 수집한 고대 및 현대 야생돼지와 집돼지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베트남으로부터 태평양의 수많은 섬들을 거쳐 이들 섬에 돼지를 전파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돼지들의 턱뼈나 치아로부터 얻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해 오늘날 베트남의 멧돼지와 오늘날 태평양 섬들의 멧돼지들이 같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는 뉴기니와 솔로몬 제도 등으로 이루어진 근(近)오세아니아 지역의 고대 라피타 돼지에서도, 일부 태평양 섬의 현대 집돼지에서도 나타났다.

학자들의 이런 발견은 인류가 타이완이나 동남아시아 섬에서 출발, 필리핀을 지나 먼 태평양 지역에 흩어졌을 것이라는 기존 이론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더럼 대학의 키스 도브니 박사는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은 가축화된 동물들과 최초의 태평양 이주자와 관련된 문화유물이 한꺼번에 한 장소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고 지적하고 우리의 연구는 이런 가정이 너무나 단순화된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의 연구는 돼지를 비롯한 일부 다른 전파 대상들이 다른 경로로 동남아시아섬을 거쳐 태평양에 전파됐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논문 수석저자인 옥스퍼드대학의 그리거 라슨 박사는 돼지들은 헤엄을 잘 치지만 하와이까지 갈 정도는 아니다. 섬들 사이의 거리를 고려하면 돼지들은 사람에 의해 옮겨졌을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인류 이동의 탁월한 증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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