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머니가 먹은 음식, 손녀의 머리색깔 결정

2007-03-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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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전자, 음식 등 외적 요인에 영향 받아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할머니가 먹은 음식이 손녀의 머리색깔을 결정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람이 즐겨먹는 음식이 자손의 유전자에 큰 영향을 준다는 이른바 ‘세대수명현상(generation spanning phenomenon)’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조가 섭취한 음식이 후손의 머리색깔이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미국 오클랜드 아동병원 의학연구소의 종양학자 데이비드 마틴 박사팀은 사람이 즐겨먹는 음식이 후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부를 쥐를 통해 실험했다.

연구팀은 옅은 색의 털을 만드는 유전자와 비만 및 당뇨병, 그리고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어미 쥐에게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먹이를 공급했다.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먹이를 섭취한 어미 쥐는 짙은 색의 털을 가진 새끼를 낳았으며, 또한 이 새끼들은 당뇨나 비만, 암 같은 질환에 대해서도 저항력이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먹이의 공급이 중단된 이후에도 새끼 쥐들은 여전히 털의 색상은 물론 건강도 유지했다.


이 같은 세대수명현상이 이번에 처음 연구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스웨덴 과학자들이 수백 년 된 기록을 조사한 결과 한사람이 사춘기 무렵에 먹는 음식은 후대 손자, 손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03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섭취한 사람들의 손자, 손녀는 당뇨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틴 박사는 “특정 음식과 인간 유전자 및 건강이 전반적으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면서 “인간의 유전자는 외적 요인들에 취약해 오랜 기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신 여성이 체험한 환경 노출의 영향은 100년 후에도 여전히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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