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쥐도 아는 것이 힘 생각

2007-03-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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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지식과 능력에 관한 인식은 인간을 비롯한 일부 영장류만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믿어온 지금까지의 통념과 달리 쥐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미국 조지아공대의 비교심리학자 조너선 크리스털 교수 등 연구진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쥐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면 이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것일 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험 보러 가는 학생을 예로 들자면 그는 자신이 어디까지 알고 무엇을 모르는 지 알기 때문에 시험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올 지를 대충 짐작한다. ‘상위인지’라고 알려진 이런 복잡한 형태의 인지는 인간 인지력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최근 붉은털원숭이를 비롯한 다른 영장류에서도 이런 상위인지의 증거를 발견하고 있으나 다른 포유동물을 상대로 한 실험은 거의 없었다.

크리스털 교수팀은 쥐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쥐에게 시험을 치를 지 말 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쥐들이 한 구멍에 코를 들이밀어 시험을 피하면 약간의 보상을 주고 다른 구멍에 코를 들이밀어 시험에 응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큰 보상을 주지만 불합격시에는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시험 과정에서 쥐에게 2~3.6초 동안의 짧은 소음이나 4.4~8초의 긴 소음을 들려주고 두 개의 손잡이 중 하나를 눌러 방금 들은 소리가 긴 것인지 짧은 것인지 구별하도록 시켰다.

소음 지속시간이 2초나 8초일 경우엔 구별하기가 쉬웠지만 4.4초 같은 경우엔 구별하기가 어려웠는데 쥐들은 자신들이 시험에 합격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는 지 판단할 능력이 있어 문제가 어려울수록 시험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털 교수는 쥐에게 이런 종류의 사고형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상위인지의 바탕을 이루는 두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화학작용에 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실험이 필요하게 됐다면서 이는 알츠하이머병과 건망증 등 상위인지와 관련 있는 인간 건강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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