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의 사면발이는 고릴라에게서 옮은 것

2007-03-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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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 사면발이는 330만년 전 고릴라로부터 옮은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7일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의 데이비드 리드 박사 등 연구진은 생물학회지 ‘BMC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사람의 음모에 기생하는 이(蝨)의 일종인 사면발이는 고릴라의 사면발이와 같은 조상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장류 가운데 침팬지는 머릿니만, 고릴라는 사면발이만 갖고 있지만 인간은 유일하게 머리와 음부 모두 이의 기생 장소가 된다.


연구진은 우간다에서 고릴라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도움을 얻어 고릴라의 사면발이와 사람의 사면발이 DNA를 대조하고 인간과 고릴라의 화석 자료를 추적한 결과 두 종에 기생하는 사면발이가 같은 조상으로부터 나왔으며 인간에 처음 기생하기 시작한 것은 약 330만년 전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처럼 기생충이 숙주 종을 바꾸려면 두 종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어야 한다며 이는 사람이 고릴라 둥지에서 잠을 잤거나 고릴라를 잡아 먹는 과정에서 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리드 박사는 오늘날 사람 사이에 사면발이의 전염은 성관계 뿐 아니라 같은 목욕수건을 사용할 때도 일어난다면서 인간-고릴라 성관계로 사면발이가 옮겨졌을 가능성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리드 박사는 인류의 역사는 우리 자신의 DNA 뿐 아니라 기생충의 DNA에도 적혀 있다면서 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이를 비롯한 기생충이 인간 조상의 생활 형태와 현생인류의 진화에 관해 귀중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과 고릴라가 갈라진 것은 약 700만년 전인데 사면발이가 사람을 숙주로 삼기 시작한 330만년 전은 사람의 몸에서 대부분의 털이 없어질 무렵이어서 이가 달리 살 만한 곳을 찾지 못해 음부를 서식지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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