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찌르레기, 마피아식 협박으로 탁란

2007-03-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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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사나운 새들이 힘없는 작은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대신 키우게 하는 탁란(托卵) 습성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왜 작은 새는 낯선 알을 둥지에서 밀어내지 않나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는데 미국 학자들이 그 비밀을 밝혀냈다.

갈색머리 찌르레기의 탁란 행동을 관찰해 온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찌르레기들이 다시 둥지를 찾아 가 자기 알이 없으면 둥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즉 찌르레기들은 작은 새들에게 내 새끼를 키우지 않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협을 하고 상대가 말을 듣지 않으면 마피아처럼 실제 행동으로 보복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리노이주 남부 캐시강 유역에서 네 계절에 걸쳐 갈색머리 찌르레기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대체로 순순히 남의 알을 받아 들이는 휘파람새들의 둥지에서 찌르레기들의 알 중 일부를 치우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찌르레기 알이 없어진 둥지의 56%는 어미 찌르레기들의 분탕질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찌르레기들은 헌 둥지를 못 쓰게 만들어 작은 새들이 새 둥지를 짓도록 한 뒤 새로 지어진 둥지에 새로 알을 낳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새 둥지에 탁란을 하는 비율이 무려 8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로써 찌르레기들이 남의 둥지를 새로 짓게 하는 `사육’ 행동과 확실하게 보복하는 `마피아’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분명히 입증됐다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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