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계보다 모계 사촌에 더 친밀감

2007-03-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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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버지 쪽보다는 어머니 쪽 사촌에 확실히 더 친밀감을 느끼며 이는 혈연관계의 확실성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반응이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가디언지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진화심리학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전정환씨는 영국 과학원 회보 프로시딩스 B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18~27세의 대학생 95명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 여러 종류의 사촌 가운데 이종 사촌에 가장 친밀감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전씨는 데이비드 버스 지도교수와의 공동연구에서 실험 대상자들에게 순전히 혈연으로만 이어진 사촌들과의 혈연관계와 이들과의 나이 차, 접촉 빈도, 거주지 간 거리 등 다양한 요소들을 설명하도록 한 뒤 이들이 사는 집에 불이 났을 경우 구하기 위해 뛰어들 마음이 얼마나 있는 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겠다는 사촌의 순위는 이종사촌이 1위, 외사촌이 2위, 고종사촌이 3위, 친사촌이 4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두 가지 이유로 설명이 된다면서 첫째는 이른바 `부성(父性) 불확실성’, 두번째는 성인이 된 형제 자매간의 친밀도에 따라 이들의 자녀간 친밀도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째 이유에 따르면 어머니는 자기가 낳은 아이가 자기 자식이라는 점을 100% 확신하지만 아버지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이나 형제자매를 통해 퍼뜨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성 불확실성 때문에 남자들은 항상 자신이 누군가 다른 남자의 자식을 키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인간이 부계 불확실성의 다양한 연결고리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조절하는 쪽으로 심리적 적응방식을 진화시켰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타적 행동의 또 다른 요인인 성인 시절 동기간의 친밀성은 자매간이 남매간보다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패스코 피어슨 박사는 이 연구에서 추적되지 않은 다른 사회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아주 다른 가족 구조를 갖고 있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이런 연구가 통용될 지는 미지수라고 논평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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