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인이 정신착란을 일으킨다면?

2007-02-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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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에 하나라도 우주 임무를 수행중이던 우주인이 정신 착란을 일으켜 우주선의 산소 공급을 차단하려 한다든지 해치를 열어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동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여성 우주인 라이사 노워크 해군대령이 상상속의 연적을 납치 살해하려다 체포된 사건으로 이런 문제가 현실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 우주국은 이런 상황을 가정한 행동지침을 지난2001년부터 마련해 놓고 있는데 AP 통신이 입수한 NASA의 부분적인 지침에 따르면 승무원이 자살 기도 등 정신병적 행동을 할 때 동료들은 절연 테이프로 그 사람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고무끈으로 몸을 묶어 고정시켜야 하며 필요하면 진정제를 주사할 수 있다.

이처럼 신체를 제압하는 조치를 취할 때는 상대방에게 이런 조치가 그의 안전을위한 것임을 설명해 줘야 한다.


우주선에는 전기충격총 등 어떤 무기도 싣지 않으므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승무원들은 문제의 동료를 완력으로 제압해야만 한다.

그 뒤의 조치까지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우주선과 교신하는 지상 담당의사와 선장이 의논해 우주왕복선의 경우 비행을 중단할 것인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경우 해당 승무원을 지구로 돌려 보낼 지를 사례별로 결정하게 된다고 NASA의 제임스 하츠필드 대변인은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우주 당국은 우주선에서 의학적 문제 등 각종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1천쪽이 넘는 분량의 지침을 마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치아를 뽑는 경우도 들어 있고 이상 행동과 관련된 것만도 5페이지에 이른다.

이런 지침은 핵잠수함 등 위험한 장소에서 정신 착란을 일으키는 요원을 다루기위해 군에서도 갖고 있는 것이다.

ISS에 비치된 의약품 함에는 진정제와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항정신병약 등이 포함돼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몇 주일이 걸리는 항우울제는 왕복선에는 실려 있지 않다.

지침서에 따르면 이상행동을 보이는 우주인에겐 신체 제압 뒤 항정신병약인 경구용 할로돌과 발륨 등을 투여할 수 있다. 당사자가 거부할 땐 강제로 팔에 주사할 수 있으며 동료들이 묶인 사람의 박동 수 등 생체신호를 감시해야 한다.

ISS 승무원들은 매주 지상의 일반의와, 2주에 한 번씩 정신과 의사와 통화하게 돼 있어 문제가 있을 땐 조기 발견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ISS에 체류한 NASA 승무원 가운데 우주 임무 중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제 치료를 받은 사람은 없지만 장기 우주 체류에서 오는 고립감과 스트레스의 사례는 종종 보고됐다.

지난 10년간 러시아 우주인 2명이 심리학적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 우주인 존 블러허는 옛 소련의 미르 우주정거장에서 4개월간 체류를 시작하기 전에 우울감이 있었던 사실을 시인했다.

블러허는 당시엔 우주정거장에 항우울제도 없었다면서 그저 자신과 싸워 가면서 ‘자, 여기가 너의 새 행성이야..즐기도록 해 봐’라고 스스로 심리상태를 억지로 바꾸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985년과 1995년 우주선 선장들은 우주 비행사들과는 달리 장기간 훈련을 받지 않은 채 특수 임무를 위해 탑승한 과학자들이 미덥지 않아 해치에 자물쇠를 달기도 했다.

우주 비행사들은 면밀한 검사 등 엄격한 절차를 걸쳐 선발되지만 우주정거장에 체류할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 후에는 일반적인 검사로 끝나게 된다.

반면 장기 체류자들은 발사 6개월 전과 1개월 전 정신병과 관련된 검사를 받게 된다.

그러나 NASA의 정신과 의사 출신인 패트리셔 샌티 박사는 우주 비행사들의 스트레스 수준이나 이들이 어떻게 우주에 심리적으로 적응하는 지에 관해 제대로 된 연구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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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커내버럴<美플로리다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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