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광명물로 등장한 청계천 야경

2007-01-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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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 테마여행>

밤마다 인파,“청계천에서 만나자”가 젊은이들의 데이트 구호
청계천의 먹거리골목

서울 가면 해외동포들이 제일 먼저 보고 싶어 하는 곳이 청계천이다. 해외동포 뿐만이 아니다. 지방에서도 청계천 관광단이 올라온다. 2005년 10월 개장한 이래 오늘까지 3,000만명이 청계천 관광을 했다니 한국 국민 10명중 7명이 다녀간 셈이다. 최근에는 광화문에서 왕십리 마장동에 이르는 청계천을 한 바퀴 도는 2층 관광버스까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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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청계천을 낮에 구경한다. 그러나 낮에 보는 청계천은 그저 그렇다. 청계천의 진면목을 보려면 밤에 구경해야 한다. 폭포수에서 뻗치는 불빛하며 광장을 수놓은 휘황찬란한 라이트, 주변 상가들의 네온사인이 한데 어울려져 장관을 이룬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인파를 이루는 것은 너무나 한국적인 광경이다. 요즘은 연말연시를 맞아 청계천에서‘루체비스타’라는 빛의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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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인파를 이루는 청계천. 밤에 구경하는 청계천은 또 다른 얼굴이다. 빛의 축제‘루체비스타’도 휘황찬란하지만 사람 구경이 관광거리다>

수만개의 전구로 이루어진 영상물이 청계천 광장에 설치되어 있고 물속에서도 현란한 빛의 잔치가 열린다.‘루체비스타’는 이탈리아어로‘빛의 풍경’이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야경 때문에 청계천은 이제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변해버렸다.“청계천 광장(동아일보 옆)에서 만나자”가 젊은이들의 데이트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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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광장의 폭포. 편리한 위치 때문에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변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청계천의 야경을 한층 빛나게 해주는 것은 사방에 있는 먹거리 골목이다. 기자도 이번에 청계천 먹거리 골목을 처음 돌아봤는데 한국 토속음식들이 정말 그럴 듯했다. 싸고 맛있고 민속적이다. 우선 종로 5가와 동대문 사이에 있는 광장시장 안의 먹거리 골목을 한번 보자. 생태찌개, 갈치구이, 대구탕, 빈대떡, 족발집, 떡전문, 비빔밥, 횟집, 순대. 전부침 등 없는 것이 없다. 옛날 이곳은 땅바닥에 순대를 펴놓고 팔던 곳이라 비위생적인 먹거리 골목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양이 달라졌다. 청계천 먹거리 골목은 더 이상 빈민층 식당가가 아니다. 전태일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 했다. 일본 관광객 등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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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5가 광장시장의 먹거리 골목. 생선탕과 빈대떡은 일품>


광장시장 골목을 지나 동대문 근처에 이르면 이곳에서부터는 생선구이와 곱창집, 갈비구이, 닭곰탕집들이 줄을 잇는데 여기도 한번 구경할 만하다. 서울 사는 사람들에게 광장시장과 동대문 종합시장의 먹거리 골목에 가봤느냐고 물어보니까 대부분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한다.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라 강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청계천 공사가 완료되었을 때 “이명박 시장님, 감사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거리를 행진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광장 및 동대문 종합상가의 음식점 주인들이다. 청계천에 관광객이 몰려 이들이 불경기를 모르는 최대의 수혜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굳이 날보고 괜찮은 민속식당을 추천하라면 광장시장 안의 빈대떡집과 생태찌개, 대구탕집, 동대문 종합시장 버들다리 근처의 ‘진할매 원조 닭집’, 삼일교 근처의 ‘경북집’(모두 청계천의 종로 쪽에 위치) 등이다. 이 집들은 내가 현장 상인들에게 묻고 물어 찾아낸 식당들이다. 이밖에도 유명한 집들이 많다는데 내 눈으로 못 봤기 때문에 추천할 수가 없다. 인사동에 이어 청계천이 서울의 새로운 문화공간을 형성하며 관광명물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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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골목 주당들에게 흘러간 노래를 들려주는 악사도 관광명물>

<이 철>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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