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추어 신학 ‘말썽’

2006-1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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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신학 ‘말썽’

김 영 원

예전에 열심히 같이 교회를 섬기던 이들을 오랜만에 만나 얘기해보면 이제는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는 이가 의외로 많다. 교회를 나가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이 교회에 말썽이 많다는 것이다. 말썽 많은 교회를 피해 다른 교회를 나가보면 거기도 말썽이 많아, 마음의 상처만 커지고는 그냥 교회를 등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썽은 대개 다수가 소수를 억누르는데서 생긴다. 목사가 내놓은 어떤 안건을 교인 대다수가 찬성해 통과시키면 목사는 자기의 지도력에 흡족한 마음을 갖고 중요한 과정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반대하던 소수를 억눌렀다면 그 소수에 의해 말썽이 생긴다. 우리 주위에서 안건을 반대하는 한두 사람을 여러 사람이 윽박지르는 광경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그들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회의장에서 물러 나와 억울한 감정을 만나는 사람마다 호소한다. 말썽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를 위해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 있다. 소수의 권리가 적절히 보호되면 그 소수에 의해 말썽이 생기지 않는다. 나는 이민교회가 민주주의 제도를 실천한다면 대부분 말썽이 없어질 것으로 믿는다. 민주주의 제도는 지도자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상식과 의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민주주의 제도는 모든 단체에서 다 지켜야 할 것이지만 특히 교회에서 지켜야 한다. 교회는 성도들의 모임이어서 그런 인위적 제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성도들도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어서 교회나 다른 교인들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추구하므로 그런 소지를 제도적으로 방지해야한다.
민주주의적 제도의 실천은 다음의 회의 예법으로 시작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의장은 안건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교대로 발언권을 준다. 100명이 찬성성 발언을 하기 원하고 3명이 반대 발언을 원하면 양편에게 세 사람씩만 발언을 허락한다.
▶발언은 3분 이내를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회중이 원하면 조정할 수 있다.
▶각자 두번 발언할 수 있으나 한번 발언 후 원하는 이들이 모두 한번씩 발언한 후에만 두번째 발언을 할 수 있다.
▶발언은 제안된 안건에 대하여만 할 수 있다.
▶발언자는 다른 이를 비난할 수 없다.
▶모든 발언은 의장을 향하여 해야 한다.
▶관계없는 다른 안건을 비난할 수 없다.
▶자신이 동의하거나 재창한 안건을 반대할 수 없다.
▶보고서나 글의 낭독은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발언권을 얻은 이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앉아 기다려야 한다.
한인교회는 미국 교회나 한국 교회에 비해 말썽이 많다. 제 땅에서 제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 이민 생활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우리에게는 쉽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민 생활에서 교회가 따뜻한 마음의 쉼터가 되어야지 말썽의 도가니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정의를 실천하고 교인과 사회에 가르쳐야하는 교회 지도자들이 영적 성장을 위해 자기들에게 맡겨진 교인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억누르는 불의를 베풀어 목자를 불신하는 양떼가 되어 험한 세상을 방황하게 한 책임을 후일에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민주주의 제도의 실천으로 교회 안에서 말썽이 적어지기를 바란다.

<김 영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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