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약 증상 알았더라면…”후회

2006-12-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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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증상 알았더라면…”후회

부모들이 마약에 관한 지식을 아는 게 마약 중독 예방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왼쪽부터 에스더 이씨, 채기수씨, 김영일 목사, 임해규씨. <진천규 기자>

나눔선교회와“마약 예방”홍보 한인부모 3명 좌담

마약에 찌든 한인 청소년의 재활을 돕고 있는 나눔선교회가 지난주 제8회 나눔선교회 마약퇴치 캠페인을 벌였다. 재활의 길을 걷고 있는 청소년들과 이들을 곁에서 지원하고 있는 부모들이 마약 중독 예방이 최선의 치료책임을 거리에서 알렸다.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한인 부모 3명과 김영일 나눔선교회 목사가 한 자리에 앉아 마약에 관한 사전 지식 습득의 중요성을 공감했다. 이들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

주변에 유혹 많아 방심은 금물
자녀에‘마약 거부’가치관 갖게
마약 중독사실 처음 알았을땐
분노 표출 대신에 상담가 찾아야
신앙이 굳건하면 다시 손 안대


―부모가 마약에 관한 지식을 아는 게 예방에서 왜 제일 중요한가?
▶이〓딸이 평소에 보인 마약 중독 증상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딸을 지금처럼 심한 중독에 빠뜨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딸은 불을 켜놓고 잤고, 며칠을 계속 잤고, 환청이 들린다고 했고, 중얼거렸다. 이런 걸 미리 알았다면 딸이 마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렸을 것이다.
▶채〓한 통계를 보면 11학년 중 마약을 한번이라도 해본 학생이 80%를 넘고, 정기적으로 마약을 하는 비율이 40% 가깝다. 이런 데도 한인 부모는 “우리 아이는 절대 안 한다”고 믿고 있다. 믿고 싶지 않다는 게 더 맞을 거다.
▶임〓마약 예방 광고를 함께 보던 딸에게 “넌 저런 거 안 하지”라고 물었는데, 아이가 딱 잡아뗐다. 딸 아이 방에서 마약 파이프와 라이터가 마구 나오는 데도 믿어져지지가 않더라. 부모 무지가 가장 큰 문제다.
―부모가 어떻게 해야 자녀의 마약 중독을 예방할 수 있나?
▶채〓학교를 다니는 한 마약으로부터 자녀를 100% 떨어뜨려 놓을 수는 없다. 4∼5학년만 돼도 어떤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거 줄께”라며 마약을 공짜로 준다. 이 순간 마약을 거부할 수 있도록 평소에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 “너는 귀한 아이라 마약 같은 죄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어려서부터 분별력을 키워줘야 한다.
▶이〓마약을 접한 걸 알게 되면 부모가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직접 나서면 많은 경우 가정 폭력으로 번져 문제가 복잡해진다. 전문 상담가에게 아이를 데리고 가야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임〓학교 상담가나 미국 재활기관과 접촉하려면 약속을 잡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재활 방법에 있어서 문화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녀가 마약에 손을 댄 걸 알았다면 나눔선교회를 찾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인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중독 사실을 안 첫 순간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병은 처음부터 알려야 회복된다고 한다. 마약 중독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자녀가 치료를 두려워할 것이다. 이를 진정시켜서 회복의 소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채〓부모가 배신감 같은 격한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 그리고 마약에 찌든 자녀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의 전적인 지원이 없이는 회복이 어렵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임〓나눔선교회에 보내는 것과 같은 초기 격리가 필요하다. 친구들과 떨어져야 마약에 손대는 주변이 정리된다. 그렇다고 멀리 이사가는 건 좋지가 않다. 그곳에서 또 마약 하는 친구들과 가까이 지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치료가 안 된 채 격리하면 마지막으로 갈 곳은 감옥뿐이다.
―부모 서포트 그룹이 왜 필요한가?
▶임〓치유를 위해서는 목표가 필요한데, 목표는 한꺼번에 성취할 수 없다. 그래서 단계를 밟는 게 중요하고 단계마다 서포트 그룹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채〓꼭 문제 가정만이 아니라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집안에도 가족간 관계가 일그러진 경우가 많다. 관계를 바로 세우는 데 서포트 그룹이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대화법도 가르쳐준다.
▶이〓내가 자식을 잘못 키워서 아이가 마약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형제간에도 누구는 마약을 하지만 마약을 안 하는 아이도 있다. 자식에게도 책임은 있다. 서포트 그룹은 인간은 누구나 죄성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게 돕는다.
▶김 목사〓지금 끊었다고 해도 언젠가는 또 손 댈 수 있다. 삶의 고비에서 다시 중독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믿음과 신앙을 제대로 유지해야 나중에 문제가 다시 안 생긴다. 부모는 자신이 신앙이 좋다고 자식도 신앙이 좋을 거라고 믿으면 안 된다. 교회 친구 통해 마약에 손대는 아이도 있다. 아이의 믿음이 제대로 클 수 있게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좌담회 참석 부모들>
▶임해규씨=20세 딸이 지난 2년간 나눔선교회에서 머물다 최근 집으로 돌아왔다. 16세에 마약을 시작한 딸은 나눔선교회 이전에는 미국 재활기관에서도 2년간 기거했다.
▶채기수씨=18세 아들이 6개월째 나눔선교회에서 재활의 길을 걷고 있다. 2년간 마약에 손을 댔다. 나이 든 부친이 손자의 마약 중독 사실을 아직 몰라 가명 사용을 요청했다.
▶에스더 이씨=24세 딸과 18세 아들이 3개월째 나눔선교회에서 지내고 있다. 딸은 14세에 마약을 접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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