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탄 이야기’(The Nativity Story)★★½

2006-12-01 (금)
크게 작게
고지식한 연출, 장황한 성경영화

할러데이 시즌을 맞아 나온 성경에 충실한 예수탄생의 이야기인데 지리하고 답답하다. 생명력이 없고 감정이 결핍된 기독교 초보자들을 위한 장황한 일요 성경학교 공부 같은 영화로 기독교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성경영화 수준이다.
동정녀 마리아가 나사렛에서 임신한 뒤 호구조사를 위해 베들레헴에 도착해 아기 예수를 낳는 얘기는 사실 아무런 극적 재미도 없는 내용이다. 그런 얘기를 흥미 있게 만들려면 다소 허풍을 떨면서 서사극화 해야 하는데 영화를 감독한 여류 캐서린 하드윅은 리얼리즘을 살린다고 고지식하게 연출, 너무나 평범한 결과를 낳았다. 하품이 나온다.
마리아(케이샤 캐슬-휴즈)가 요셉(오스카 아이작)과 하기 싫은 중매결혼을 하기 전에 마리아의 폐경기를 넘긴 사촌 엘리자베스(쇼레 아그다슐루)가 예언 끝에 아기를 낳는다. 이 아이가 세례자 요한. 마리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요셉과의 결혼을 수락하고 1년간 동정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지시를 받는다. 곧 이어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임신을 예고하고 후에 요셉도 천사의 통보를 받는다.
영화 간간이 유대인의 왕이 태어난다는 옛 예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헤롯왕(시아란 힌즈)이 군인을 풀어 유대인들의 갓난아기를 살육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헤롯은 유대인의 왕을 색출하기 위해 유대인 전체에 대한 호구조사를 명령한다.
이에 따라 요셉은 임신한 마리아를 나귀 등에 태우고 베들레헴으로 간다. 가고 가고 또 가고 가고 어찌나 계속해 가는지 숨이 차다.
그나마 이 지루한 여정을 코믹하게 달래주는 것은 페르시아에서 유대 땅으로 오는 동방박사 세 사람. 이 사람들도 가고 가고 또 가는데 코믹한 대사와 연기 때문에 요셉 것보다 덜 지루하다. 그리고 마리아가 가축들이 자는 굴속에서 아기 예수를 낳는다. 다시 예수 가족은 하늘의 말에 따라 헤롯의 칼날을 피해 애급으로 떠난다. 건조하고 경직된 영화로 이탈리아와 모로코에서 찍었다. 철저한 기독교 신자들이 봐도 썩 재미가 있을 것 같지 않다. PG. New Line. 전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