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추어 신학 ‘기다림’

2006-11-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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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신학 ‘기다림’

김 영 원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정도령이 계룡산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 불교도들은 마이트레야 부처가 다시 오길 기다리고 있다. 힌두교인들은 세 신의 한 분인 비슈누를 기다리고 있다. 비슈누는 이미 아홉번 환생했었다. 그의 아홉번째 환생은 2,500년전의 석가모니였다. 그는 열번째로 마지막 환생을 할 것이다.
이슬람교도들은 예언자 마디를 기다린다. 이슬람의 시아교도들은 12번째 이맘 알리가 마디로 다시 올 것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 유대인들은 근 2,600년 전 바빌론에 정복당해 나라를 빼앗긴 후 메시야가 나타나 다윗왕의 나라와 같은 강한 왕국을 다시 일으키기를 기다려왔다. 메시야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왕을 비롯한 민족 지도자들을 그렇게 불렀다. 그러므로 그들은 새 나라를 창건하고 다스릴 새 왕을 기다린다고 할 수 있겠다. 1948년에 이스라엘 나라가 수천년 만에 재건되었으나 그들은 아직도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2,000년 전 반역죄로 처형당한 나사렛 마을 출신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믿는다. 그리스도는 히브리어 메시야의 그리스어 표현이다. 그러니까 예수가 바로 유대인들이 기다리던 메시야라는 것이다.
예수는 유대인들이 기대하던 정치적 지도자의 자리를 거부하고 그들이 하나님의 통치를 따를 것을 가르쳤다. 기독교인들은 그가 두 번째 와서 2,000년 전 자신이 시작한 사업, 즉 하나님 나라를 완성시킬 것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의 대표적 종교들뿐만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종교들은 물론 세계의 대부분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각 종교의 지도자는 자기가 기다리는 분만 진짜이고 나머지는 다 가짜라고 주장하고 싶을 터이나 그 주장의 근원이 자신의 경전에 있으므로 그 종교 외의 사람들에게는 그리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어느 종교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그렇다면 이 분들이 다 각기 와서 서로 내가 진짜라고 다툴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은 한정된 상식과 지식으로 다툴지 몰라도 그들이 기다리는 그 분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 분들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 같다는 데 있다.
이 분들의 목적은 어느 특정 종교의 지도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인간이 원래 창조된 의도대로 살지 않고 타락하고 악해져서 불의한 사람들이 득세를 하며 의로운 사람들은 멸시를 받게 되었다. 창조주 절대자가 이렇게 더럽혀진 세상을 즉시 멸하고 새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대신에 은혜로서 이분들을 세상에 보내 사람들이 회개할 기회를 주고 이 세상을 원래의 선하게 창조된 상태로 회복시킬 것이다.
그런 숭고한 목적을 가진 분들이 서로 다툰다면 그것은 선한 행위가 되지 못할 것이고 이 세상을 선한 세상으로 회복시킨다는 그들 자신의 역할에 위배되므로 서로 협조를 하면 했지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해하는 이름만 달랐지 실제로는 같은 분일까? 그것은 나의 지혜와 경험으로는 알 길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기다리는 분의 가르침에 내가 할 수 있는 순종을 하는 것뿐이다. 선을 흠모하고 악을 미워하고 이 세상을 보다 깨끗하게 더욱 좋게 만든다는 그 분의 사업에 내 나름대로의 기여를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내 믿음 밖의 사람들을 경멸하거나 그들이 기다리는 분들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다. 그 분들과 내가 기다리는 분이 동역자이거나 심지어는 같은 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다리는 우리들이 우리가 기다리는 분들의 사업에 서로 협조를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선한 세상이 될 것이고 그분들은 결국 오시지 않아도 될 텐데….
(blog.daum.net/youngsworld)

김 영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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