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지마 주둔 일본군 총사령관 타다미치 쿠리바야시 장군역의 켄 와타나베.
‘우리 아버지들의 기’ 동반영화
LA-뉴욕 도쿄 영화제서 열광적 호응, 조기상영
일본어 대사에 일본배우 주연
현재 상영 중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 전투를 다룬 ‘우리 아버지들의 기’(Flags of Our Fathers)의 동반 영화로 역시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가 당초 개봉일보다 한 달 반을 앞서 오는 12월20일 LA와 뉴욕에서 개봉된다. 이 영화는 같은 전투를 일본군측에서 본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이 영화가 지난 달 열린 도쿄 국제영화제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후 결정됐다. 이스트우드는 영화의 조기 개봉을 제작자인 스티브 스필버그와 상의한 뒤 결정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다음 달에 개봉됨으로써 이 영화는 2006년도 오스카상 후보 자격을 얻게 됐다. 이스트우드가 영화의 조기 개봉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오스카상을 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아버지들의 기’가 오스카 작품상 등 몇 개 부문에서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있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면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두 작품이 오스카상을 노리고 서로 경쟁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스트우드 작품끼리 오스카상 대결할 듯
만든 동일사건을 양쪽에서 본 영화가 같은 해에 상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영화는 모두 드림웍스와 워너가 공동 제작했는데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세계 최초로 오는 12월9일 일본에서 개봉된다. 이 영화에는 일본 배우들이 나오고 대사도 일본어다.
미해병들이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으로 유명한 이오지마 전투는 태평양전쟁 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로 여기서 패한 일본은 결국 2차대전의 패전국이 된다. ‘우리 아버지들의 기’는 이 전투를 미군측에서 본 것인데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를 찍다가 전쟁 당시 이오지마 주둔 일본측 총사령관이었던 타다미치 쿠리바야시 장군의 얘기에 마음이 끌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오지마 전투는 39일간 계속됐는데 이 전투 후 섬에 주둔했던 2만명의 일본군 중 생존자는 1,500명이 채 못 된다. 일본측으로서는 자살 작전과도 같은 전투였다. 쿠리바야시 장군은 전쟁 전 미국에 무관으로 영사근무를 했던 친미적 인물이었다. 이스트우드가 쿠리바야시라는 인물에 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장군이 섬에서 고향에 있는 걸음마 타는 자기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편지들은 아기들의 것과 같은 아무 의미 없는 말들과 카리카추어와 유머가 가득한 내용들로 써졌다. 이 편지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중심 주제인데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은 LA에 거주하는 일본계 2세 아이리스 야마시타이다.
야마시타는 ‘우리 아버지들의 기’의 공동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폴 해기스의 에이전트 캐시 타르가 발굴했다. 야마시타가 쓴 첫 각본 ‘도쿄의 여행자’가 타르가 심사위원으로 일한 각본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타르가 야마시타의 글들을 해기스에게 보냈고 이 글에 감동을 받은 해기스가 영화 경험이 전연 없는 야마시타를 대담하게 대작 각본가로 선정하게 됐다.
이오지마 전투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던 야마시타는 그 후 관련서적과 기록영화 등을 통해 이 전투에 관해 공부했다고. 특히 그도 이스트우드처럼 쿠리바야시의 편지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야마시타는 인터뷰에서 “사랑이 가득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지닌 쿠리바야시를 도저히 이오지마 주둔 총사령관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면서 “편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쿠리바야시로는 일본의 베테런 켄 와타나베(‘마지막 사무라이’와 ‘게이샤의 추억’)가 나오는데 와타나베는 야마시타와 서신을 통해 각본 집필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