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위해 하나님 이용 말아야”

2006-1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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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실천연대’박득훈 공동대표
남가주 한인의 65%(장태한 UC리버사이드·김정희 칼스테이트 샌버나디노 교수 조사)가 믿고 있는 개신교. 한인 신자들은 새벽을 깨우고 교회에 모여 기도한다.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온 가족이 교회로 향한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교회 내 다툼도 심심찮게 불거져 나온다. 그런 분쟁을 보기 싫어서 교회를 안 나간다는 사람도 있다.
교회의 건강성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 이때 한국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득훈 목사(언약교회)를 만났다.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3일 주최한 건강교회포럼에서 강사와 주제발표를 맡은 박 목사에게서 한국 교회 개혁 방향과 교회분쟁의 해결책을 들어보았다.

‘믿으면 복 받는다’는 기복신앙 전파 문제
분쟁땐 먼저 자신을 온전히 바쳤는지 반성을
목회자의 교단·교인 줄세우기도 문제
“교회는 내 것”탈피 민주적 운영체제 갖춰야

― 한국 개신교가 안고 있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건강한 교회와 교인이 많다. 그러나 개신교계를 이끄는 지도자와 교회에 병폐가 많이 쌓인 게 문제다. 분규가 생기면 정화의 계기로 삼는 게 아니라, 목회자가 오히려 핍박받고 희생당하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난국을 타개하려고 한다.”
― 가장 심각한 부조리는 무엇인가?
“목회자들이 강단에서는 진리, 정의, 사랑이라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를 설파한다. 그러다 다툼이 생기면 결정적일 때는 세상에서 하는 것처럼 힘에 의존해 교단과 교인을 줄 세운다. 핵심 가치는 그저 목회자를 정당화하는 화장품이나 향수에 불과할 뿐이다. 통계청에서 개신교인이 줄었다고 발표한 걸 보면, 하나님이 한국 개신교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
― 문제의 근본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나?
“기복신앙을 강조해 하나님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잃게 해 복음의 영성이 죽어 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향유하고자 원하면서 하나님을 단지 이용하려고 한다. 하나님을 위하여 돈을 쓰지 않고 돈을 위해 하나님을 예배한다. 나의 필요를 위해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의 축복 추구가 목적이 되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된 게 문제다. 기복신앙은 부를 우상으로 숭배하게 한다.”
― 기복신앙의 폐해는 무엇인가?
“기복신앙은 하나님을 믿으면 항상 잘 돼야 한다고 과잉 믿음을 전파한다. 그러나 복을 받거나 못 받거나 상관없이 자유로움을 느껴야 제대로 된 믿음이다. 다 잘 돼야만 한다면 왜 하나님이 독생자 예수의 목숨을 걷어 가셨겠는가. 다니엘이 불타는 풀무에서 건져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그리 아니하실찌라도 왕을 배신하지 않겠나이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 분쟁을 겪는 교회에서 이해 당사자는 누구라도 ‘하나님의 뜻’을 내세운다.
“로마서 12장은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고 전한다. 그런데 두 가지 전제 조건을 달고 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는 것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이다. 그러므로 분쟁의 당사자들은 ‘하나님의 뜻’을 함부로 외치지 말고 먼저 자신이 하나님께 자신을 온전히 드렸는지, 그리고 세상일에 자신이 감염된 건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 교회 내 문제를 제기하면 ‘왕따’를 각오해야 하는 데….
“이사야나 느헤미야 등 선지자가 모두 그런 내부 고발자 역할을 했다. 그들은 대제사장 등 목자의 잘못을 비판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고 외쳤다. 중요한 건 내부 고발자도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화가 나 자기 분에 못 이긴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오히려 더 큰 화근이 될 뿐이다.”
― 이민 교회는 한국 교회와는 성격이 또 다를 텐데….
“이민자는 남의 나라에 와서 살기 때문에 자기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교회에서 풀고자 할 수 있다. 또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낸 헌금으로 세운 교회에 대해 주인의식을 넘어서 소유의식을 가질 수 있다. 주인의식이 너무 지나치다 보면 그게 분쟁의 불씨가 된다.”
― 담임목사와 장로 등이 권한을 놓고 다투는 경우도 많은데….
“교회 직분이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인 상하 위계 질서와 맞물려 결합된 게 문제다. 교회개혁은 권위주의적 위계 체제에서 벗어나서 민주적인 운영 체계로 확립될 때 이뤄질 것이다. 목사는 말씀, 기도, 사랑, 섬김의 정신으로 돌아가 일해야 한다. 목사와 성도는 수직 관계가 아니라 동역자가 돼야 발전할 수 있다.”
― 헌금에 대한 견해는?
“헌금 설교를 안 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사도 바울도 헌금을 많이 강조했다. 다만 성도에게 다른 의무는 강조하지 않으면서 헌금만 유난히 설교하는 게 안 좋은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헌금의 용도다. 한국 교회는 번듯한 교회 건물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헌금을 이웃사랑에 쓰라고 가르친 성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말라기에 나오는 십일조 문구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 이웃을 구제했던 십일조의 본뜻을 살펴야 한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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