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시린 ‘황금 들녁’으로의 초대

2006-09-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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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린 ‘황금 들녁’으로의 초대

◀▲오는 30일 주말, 가을 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언더우드 패밀리 농원’.

눈시린 ‘황금 들녁’으로의 초대

무어팍의 언더우드 패밀리 농원에서 매년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는 유럽의 10월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엔터테이너들과 추수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커버스토리 ‘수확의 계절 농원 나들이’

수확의 계절 가을.
오후 서너시간 뜨거운 햇볕만 피하면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요즘, 도시를 벗어나 한두시간만 운전하면 삶의 모든 부분이 아주 미세한 차이로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는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추수기를 맞은 농장과 과수원이다. 그 곳에서는 왠지 같은 햇살도 좀더 나른하게 느껴지고, 과일과 채소가 익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바람마저 느긋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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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사과 따기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가족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멋진 경험이다.


특별한 볼거리나 먹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유흥거리도 없다. 지극히 소박한 흙 길을 따라 나무와 풀과 돌을 볼 수 있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역시 평범한 사과, 옥수수, 호박 등으로 장식된 입구에 밀짚모자를 쓴 허수아비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광경이 전부다.
작업복 차림의 주인이나 농원 지기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바구니와 사다리를 내주면서 과수원 가는 길을 알려주는데, 웬만한 사람은 그 순간, 시간 낭비가 아닐까 하는 어렴풋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농원 체험의 묘미는 그렇게 시시해 보이는 과일밭 사이에 혼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유일한 위안은 두 발로 딛고 선 흙과 머리 위로 무한하게 펼쳐진 하늘 뿐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비로소 무미건조한 도시인의 옷을 벗고 자연을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농원에 따라 가축들을 구경하거나 만져볼 수 있는 작은 동물원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고, 지역별로 10월제 행사를 개최하는 곳도 있다.
맑은 공기와 한가한 분위기에 젖어 수확의 기쁨을 누려 보기에 더없이 적합한 주말 나들이. 특히 노인이나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화려한 관광지나 큰 행사장에서 복잡한 하루를 보내기 보다 훨씬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9월 말부터 10월 중 남가주 인근 농장과 과수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가을 행사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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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팍의 ‘언더우드 패밀리 농원’에서는 마차나 트랙터를 타고 과수원, 야채밭, 가축 농장 등을 견학할 수 있다.


그곳에 가면 눈도 배도 부르다

무어팍 가을 추수 페스티벌
(Moorpark Fall Harvest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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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 타운에서 북서쪽으로 시미밸리를 지나 40여마일 거리에 위치한 무어팍의 언더우드 패밀리 농원(Underwood Family Farms).
이맘때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벌판을 주황색 호박이 가득 채운 펌킨 패치가 펼쳐지고, 9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연례행사인 가을 추수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이 행사는 추수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평소보다 조금 색다르게 화려한 장식과 전통적인 하비스트 시즌 음식, 그리고 주말마다 엔터테인먼트가 마련되어 풍성한 잔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기회다.
펌킨 패치 이외에도 사과, 블루베리, 래스베리 등 각종 과일과 상추, 토마토, 고추, 오이 등 샐러드에 쓸 수 있는 모든 기본 야채를 직접 딸 수 있음은 물론, 가축 농장 견학과 기타 농장에 관련된 여러 체험을 시도할 수 있다.
또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특별히 9월 30일과 10월 1일 주말에는 독일의 전통 가을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열린다.
다양한 음식과 놀거리가 마련되며, 정오에는 바바리아 지역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댄서와 엔터테이너들이 등장하는 퍼레이드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크래프트 센터, 동물 쇼, 인형 쇼, 마차 타기, 트랙터 타기, 각종 게임 및 페이스 페인팅 등이 마련되었으며,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광대와 저글러들이 주말 내내 농원의 넓은 잔디밭을 오가며 구경거리를 선사한다.
페스티벌의 또 다른 주요 행사로 카우보이 주말도 준비되었다. 10월 7-8일 주말, 컨트리 및 웨스턴 음악의 라이브 무대, 버라이어티쇼, 총싸움이 벌어지는 스턴트 쇼, 로프 묘기쇼 등 여러 스테이지 쇼와 웨스턴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서부시대를 경험하게 된다.
벤추라 카운티를 대표하는 언더우드 농원은 매년 옥토버페스트 행사 주말동안만 1만명 이상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명소로, 평소에도 가족 위주의 농원 체험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과수원과 야채밭에서 파머스 마켓에서 구할만한 각종 과일 및 야채 직접 따기, 가축 센터 견학 및 조랑말 타기, 트랙터 타기 등의 기본 액티비티는 항상 마련되어 있다.
주소: 3370 Sunset Valley Rd., Moorpark, CA 93021
문의: 805-529-3690,
www.underwoodfamilyfarms.com
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입장료: 페스티벌 기간 주말 입장은 7달러 50센트, 주중에는 3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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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팍의 언더우드 패밀리 농원에서 매년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는 유럽의 10월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엔터테이너들과 추수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줄리안의 사과 따기 행사
(Apple Picking at the Calico Ra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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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파이와 사이더로 유명한 옛 금광 도시 줄리안은 캘리포니아주 역사 지구로 공식 지정된 곳으로, 아직까지 전형적인 골드러시 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적한 관광지다.
결혼식에서부터 캠핑, 하이킹, 피크닉, 와인 테이스팅까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데, 무엇보다도 가을철 사과 수확과 그 사과로 만든 사이더, 파이, 잼 등이 가장 인상적이다.
해발 4200피트 높이의 산중턱에 자리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10월 초에도 단풍을 볼 수 있고, 사과 따기 행사에 참가해서 더위 때문에 고생할 염려는 없다.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추수철로 제정되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사과 따기를 체험하기에 좋은 대표적인 과수원으로는 캘리코 랜치(Calico Ranch)를 들 수 있다. 30에이커에 달하는 농원에 사과와 배가 주를 이루고, 자체적인 사이더 공장을 갖추어서 사이더 만들기도 체험할 수 있다.
1930년부터 70여년간 일반인들에게 과수원을 공개해 왔는데, 줄리안 인근에서 다른 과수원들이 모두 문을 닫아도 캘리코 랜치만은 남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줄리안 사과의 대명사로 알려진 과수원이다. 10월 6일부터 매 주말 오전 10시부터 해질 무렵까지 사과를 마음껏 딸 수 있다.
또한, 추수철 기간에 ‘줄리안 사과의 날들’ 행사의 일환으로 10월 7-8일 양일간 10월제가 열린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전통 댄서들과 음악인들이 등장하여 신나는 축제 분위기를 만들며, 돼지고기 소시지인 브랫워스트, 맥주 등 옥토버페스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줄리안 다운타운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기 때문에 점심 식사나 오후 간식을 이곳에서 해결하고 로컬 베이커리에 들려 애플 파이를 사는 것도 아이디어다.
캘리코 랜치는 줄리안시에서 서쪽으로 약 3마일 떨어진 4200 Highway 78, 전화는 858-586-0392.
10월제 행사 및 기타 줄리안에 관한 문의는 상공회의소 (Julian Chamber of Commerce) 웹사이트 www.julianca.com이나 전화 760-765-1857로 하면 된다.


오크 글렌 과수원 투어 및 추수 만찬
(Riley’s Farm Harvest Tour & F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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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에서 줄리안 만큼 사과가 유명한 곳. LA에서 팜스프링스 가는 길로 1시간 남짓 가다가 산으로 반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사과, 배, 래스배리가 많이 나는 과수원만 무려 아홉 군데가 모여있는 지역이다.
산장을 방문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사계절 모두 매력있지만, 특히 가을철 찬 공기와 함께 과수원에서 하루를 보내면 더없이 신선한 기분전환이 된다.
올 가을에는 라일리스 농원(Riley’s Farm)에서 추수철을 겨냥한 과수원 투어 및 만찬을 준비했다.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문가가 이끄는 과수원 도보 투어가 열리는데, 사과 따기에 이어 사이더 만들기와 파이 굽기까지 체험할 수 있다. 저녁에는 식민지 시절이었던 18세기 콜로니얼 스타일 만찬이 마련된다.
옥수수, 펌킨 수프, 핫 사이더 등 미국의 전통 식단으로 꾸며진다. 엔터테인먼트로는 라이브 뮤직과 댄싱, 그리고 파이 먹기 콘테스트가 열린다.
또한, 10월 셋째와 넷째 주말에는 엔터테인먼트를 곁들인 추수 기념 바비큐 파티도 열린다. 식민지 시절 네덜란드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워싱턴 어빙 작 ‘슬리피 할로의 전설’을 기념하는 콜로니얼 스타일 축제이다.
스테이크, 치킨 등에 곁들여 수확한 옥수수와 각종 야채, 그리고 애플 크리스프와 사이더 등을 즐길 수 있다.
쪾주소: 12261 S. Oak Glen Rd., Oak Glen, CA 92399
쪾예약 및 문의: 909-797-7534, www.rileysfarm.com
쪾입장료: 과수원 입장 및 투어가 성인 7달러 50센트, 3-12세 5달러. 만찬은 32달러 95센트, 어린이 27달러 95센트
쪾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일요일은 문을 닫음.
쪾오크 글렌에 관한 문의 및 과수원 정보는 www.oakglen.net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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