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생자 사고방식 (Victim Mentality)

2006-09-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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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크고 작은 시련과 역경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그 시련과 위기상황을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역경이 찾아왔을 때 그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무력한 희생자라는 사고방식에 젖어 살아가기도 한다.
희생자 사고방식은 자신의 삶에서 잘못되는 일들은 모두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앞날에는 항상 나쁜 일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태도이다. 승진이 안된 것은 회사의 어떤 기회주의자 때문이고, 이혼을 한 것은 배우자의 못된 성격 때문이고,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어떤 사람이 화를 나게 만들었기 때문이고 등등. 모든 상황에 자신의 통제력은 하나도 없이 무력하게 희생당한 입장을 취한다. 그러면서 한탄한다. “어휴, 왜 나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거야!”
희생자 사고방식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고방식이다. 언뜻 보면 편리하고 유혹적인 생각 태도다. 자신의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른 피해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고, 희생자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불평하며 다른 사람에게 동정과 이해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생자 사고방식은 자신의 삶에 대단히 파괴적이다. 자신을 언제까지나 희생자 입장에 놓고 자신의 고통에 안주하면서 책임을 기피하고 세상을 분노와 냉소, 그리고 복수심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자기 동정에 빠져 다른 이의 고통에도 무정하고 무감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치 포로수용소의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신의 길을 택하는 태도의 선택”이라는 궁극적 자유로움을 발견함으로써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에는 우리의 반응을 선택하는 힘이 있다”라며 우리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에 성장과 자유로움이 있음을 말한다.
따라서 배우자의 질병이 희생자가 된 자신을 우울하고 절망하게 하도록 유혹할지 모르지만 절망은 그 질병의 결과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태도의 결과이다. 이혼이 과거 배우자를 미워하도록 유혹할지는 몰라도 그 미움은 이혼 그 자체의 결과가 아니라 이혼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자기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크고 작은 시련 앞에서 힘겨워하며 희생자로 산다면 발전도 성공도 행복도 없다. 위기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식으로 힘없이 절망하지 말라. 어떠한 역경상황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프로액티브(proactive)하게 선택하고 행동하라. 이것이 힘없이 당하기만 하는 희생자의 사고방식에서 스스로의 삶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적극적으로 사는 생존자의 사고방식으로 바꾸는 길이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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