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니시 ‘요리의 완성, 그 이상’

2006-09-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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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장식에 따라서
요리의 품격은 천양지차
허브·소스 등 이용하면
전문 셰프가 따로 없어

음식을 더욱 맛있게 보이도록 하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통해 한층 고급스런 음식으로 변화시켜주는 것은 무엇일까? 허브? 소스? 과일? 아니면 야채?
정답은 바로 이 모든 재료들을 포함하고 있는 가니시(garnish), 즉 요리의 마무리 장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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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아무리 정성스럽게 요리책 보면서 잘 만들어낸 요리도 상위에 올릴 때면 무언가 빠진 듯 허전해 보이고, 어딘가 모르게 아마추어의 선을 벗어나지 못하곤 한다. 맛은 비슷하게 따라 했는데 왜 그런지 고개를 갸우뚱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듯. 이것의 정답 또한 가니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 사인필드(Seinfeld)에서 주인공인 사인필드가 가니시는 프랑스의 조셉 가니시라는 사람에 위해 유래되었고 그 이후 모든 사람들이 음식에 하는 장식을 가니시라고 한다며 우기는 우스개 장면이 나온다. 이 진짜 같은 농담에서 보더라도 가니시는 그 역사를 따지기도 힘들만큼 음식 역사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가니시가 빠지면 완벽한 음식으로 쳐주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주요리에 들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가니시를 만드는 셰프도 있고 고급 식당에서는 가니시만 마지막으로 터치해 주는 셰프도 있다. 전문 셰프처럼 완벽하게 음식 요리하는 것과 동일한 시간을 들여가며 가니시를 만들거나 작품을 만들진 못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가니시에 대한 지식을 알아두고 응용한다면 90% 완벽하게 맛을 낸 음식에 10%의 터치를 하는 비법을 알아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소스를 이용한 가니시
가장 쉬운 가니시 중의 하나이며 여러 가지 색으로 모양을 낼 수 있고 사전에 미리 준비해 두면 음식을 내기 바로 직전 지그재그나 도트(dot) 모양 등으로 마지막 장식을 할 수 있다. 특히 예술가 적인 무드가 감도는 날을 이용해 보자. 음식을 접시에 놓기 전에 소스를 먼저 놓아도 된다. 소스를 튜브 등 짜주머니에 넣고 먼저 접시 위에 모양내어 짜준 후 그 위에 본 음식을 놓아보면 전문가가 터치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른 쉬운 방법은 샐러드 접시 가장 자리에 올리브오일을 먼저 동그란 방울이 맺히게 뿌려준 후 그 동그란 올리브오일 위에 조심스레 발사믹 식초를 한 방울씩 뿌려는 방법도 있다. 단 한가지 조심할 것은 소스를 이용해 마지막 장식을 할 경우 소스가 줄줄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의 농도여야 한다. 쉽게 아는 방법은 스푼으로 소스를 떠서 이름을 쓸 정도의 농도면 된다.
#과일을 이용한 가니시
생선 옆에 놓아져 나오는 레몬 슬라이스, 레모네이드 컵에 꽂혀 나오는 레몬 등이 모두 기본적인 과일을 이용한 가니시다. 슬라이스한 어느 종류의 과일이라도 무관하다. 딸기는 통째로 놓는 것보다 4등분해서 반달모양으로 펼쳐놓는 것도 쉬운 예이다. 제스터(zester-동그란 모양이 4개 뚫린 작은 용구)를 이용해 시트러스의 껍질을 얇고 길게 벗겨 내어 도르르 말리게 한 후 음식에 올리는 것도 쉬운 방법. 이것을 이용하면 레몬이나 오렌지를 낭비함이 없이 껍질만 이용하여 장식하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멜론 볼러(melon baller)를 이용해 동그란 모양으로 멜론을 떠내어 올릴 수도 있다. 석류의 씨를 이용한 가니시는 고기나 진한 음식에 상큼한 맛을 주는 좋은 가니시의 예이다.
#허브를 이용한 가니시
1960년대나 70년대 이전의 요리 책을 보면 모든 음식에 파슬리가 올라가 있다. 가장 쉬운, 손이 안가는 가니시이지만 절대 과용하지 말아야 한다. 타임(thyme), 로즈메리(rosemary), 세이지(sage), 민트(mint) 등을 말리거나 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허브의 잎뿐만 아니라 허브의 꽃잎을 하나씩 흩뿌려 장식할 수 있다. 마켓에서는 먹을 수 있는 꽃잎만 따로 포장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야채를 이용한 가니시
당근, 색이 고운 비트, 래디시는 단골 가니시 중의 하나이다. 작고 앙증맞은 이 야채들을 먹을 수 있도록 익혀서 접시를 장식하면 일거양득이 된다. 오이 껍질은 한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재료 중의 하나이다. 색이 선명한 연두색 콩도 한개씩 뿌리면 그 자체가 영양가 만큼이나 좋은 가니시가 된다.
그 이외에 딱딱하고 납작한 빵을 이용한 가니시, 치즈를 이용한 가니시가 있다. 특별히 가니시라고 정의되어 나오는 음식이 없듯이 음식과 잘 어울린다면 그 어느 음식의 재료든 이를 이용하여 충분히 멋을 내볼 수 있다. 단 한가지 음식과 가니시는 반드시 셔츠와 넥타이처럼 어울려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글·사진 정은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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