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제있는 만남은 아름답다

2006-09-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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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한인 동우회

주제가 있는 만남은 아름답다. 나이 들면서 집 늘려 가는 얘기나 재테크, 애 키우는 얘기 말고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는 양 이 몇 가지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사는 모습이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뭐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신기한 것도 없는 이야기들만을 떠들다보면 문득 ‘사는 게 다 이런가’ 하는 뜬금 없는 자책이 몰려오다가도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며 자위하기도 한다. 너나할 것 없이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이지만 누구나 가슴 한켠에 묻어둔, 혹은 누군가와 나누고픈 그런 이야기들이 있게 마련. 먹고사느라 미뤄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학창시절 마음을 빼앗겨 헤어 나오지 못했던 문학이나 예술이 그러하다. 이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꾸 눈이 가고 귀가 열리는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인 동호회가 이민 역사가 깊어 갈수록 소리 없이 늘어만 가고 있다. 여기 문학과 철학과 예술, 와인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만남을 이어가는 다양한 동호회를 찾아가 봤다.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모임


남가주에선 한국처럼 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센터나 백화점 문화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한인들이 모국어로 편하게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는 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물론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뜻맞는 이들이 의기투합, 마라톤이며 산악회며 다양한 취미 동호회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동호회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있다고 해도 워낙 알음알음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돼 찾기가 쉽지도 않다.
그러나 웬걸. 혹시나 하고 뒤지기 시작한 한인들의 특별한 동호회는 여러 가지로 놀라웠다. 첫 번째는 그 다양성에 놀라고 두 번째는 그 역사에 놀라게 된다.
철학과 문학, 역사를 논하는 모임에서부터 미술사와 미학을 토론하는 클래스도 있었고, 최근 한인들의 관심이 넓어지고 있는 와인 클래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호회가 공존했다. 또 동호회의 나이테 역시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라고 하니 어느새 한인 동호회도 성년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소규모 교양 클래스서 강사 초청 세미나 까지
지식에 목마른한인사회 단비

한인 동호회 알아봤더니…

◇역사·철학 동호회

올해로 모임을 시작한지 20년째를 맞는 한얼(회장 이선주)은 폭넓은 인문교양을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을 벌이는 모임이다. 전 연세대 신학대학 학장을 역임한 김하태 박사를 주축으로 교수, 시인, 과학자 등 다양한 전문분야의 한인들이 모여 만든 한얼은 처음엔 철학을 발판 삼아 모임을 시작했다.
현재 회원들은 대부분 부부동반으로 참석하는데 15쌍, 30명 정도가 정예멤버다. 이중 절반이상이 20년 전부터 모임에 참석했으니 이들은 모임과 20년 세월을 함께 보낸 셈이다. 현재 참석 연령대도 40대에서부터 올해로 90세인 김하태 박사까지 다양하다.
1986년 12월 김하태 박사 자택에서 시작한 한얼 모임은 한 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주로 김 박사가 전공분야인 철학과 신학을 주제 발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엔 회원들이 각자의 관심분야를 주제 발표하고 있어 역사, 문학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엔 노엄 촘스키, 앨빈 토플러, 새무얼 헌팅턴, 앙드레 말로. 성모 마리아 등 다양한 인물과 사상사를 다루는 등 무거운 주제를 전문학자 못지 않게 발표하고 이에 대해 논의를 이뤄낸다.
이 모임을 20년째 해오고 있는 이주영씨는 “바쁘고 지친 이민생활이지만 늘 끊임없이 목마른 지적 호기심을 이 모임을 통해서 왕성히 배우고 있는 중”이라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끼리의 모임이어서 친목도모에도 그만”이라고 말한다.
한얼 외에도 비슷한 형식의 꼭 같은 역사를 가진 한빛(회장 김철회) 역시 역사와 철학을 주제로 삼는 동호회다. 지난달 20주년 기념식을 갖기도 한 한빛의 조금 다른 점이라면 외부 강사도 적극적으로 초청, 세미나를 하는 점이다.
김철회 회장은 “한얼과 비슷한 주제에 시작한 시점도 비슷해서인지 회원들 중 이중으로 적을 둔 이들도 있다”라며 웃는 그는 “또 이는 바쁜 이민사회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인문 사회과학의 지식에 대해 얼마나 목말라하는 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얼 (213)353-0777, 한빛 (323)662-7122
<4면에 계속·이주현 기자>

◇아트 클래스
취재한 동호회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아트 클래스는 앤드류 사이어 갤러리(대표 메이 정)가 올해 초 첫선을 보인 이래 어느새 3기 수강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모임이다.
올해 3월 개강한 아트 클래스는 서양 미술사를 개괄하는 것에서부터 최근에 신학과 문학에 나타난 예술사며 미학 등 관심분야가 나날이 광대해지고 있다. 또 이 아트 클래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회원의 99%가 여성들이라는 점.
처음엔 회원으로 공부만 하던 회원들도 반년이 넘게 클래스를 듣고 토론하면서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로서 둘도 없는 친구가 돼 미술관이며 박물관 등을 함께 찾고 수다도 떠는 절친한 친구들이 돼가고 있다.
메이 정 대표는 “주부들의 경우 클래스를 듣고 나면 무언가 하루에 의미 있는 일 한가지를 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뿌듯해하는 것 같다”며 “클래스에 대한 호응이 좋아 앞으로 유럽 박물관 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 (213)389-2601
◇시사 동호회
스패니시 강사로 유명한 마틴 백 원장이 운영하는 시사동호회 ‘그라나다’에서 다뤄지는 주제도 다양하다 못해 광범위하다. 동서양 역사에서부터 민족사에다 미국 정치, 한국 시사문제까지 넓디넓은 호기심의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그라나다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게다가 회원 규모도 가장 커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모임에 60~80명이 몰려들 만큼 인기가 높다.
회원들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과 시각이 그라나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지식에 대한 새로운 창구가 없는 한인사회에 단비처럼 소중한 모임”이라고 입을 모아 자랑한다.
문의 (213)381-0041
◇와인 클래스
올해로 꼭 3년째를 맞는 와인 클래스는 와인 전문가들의 모임이라기보다는 와인을 사랑하고 관심 있어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와인을 종류별, 국가별로 긴 이름을 달달 외우는 이들이 아니라 좋은 와인을 함께 나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는 이들이 의기투합 뭉친 모임이다. 일반에게는 오픈되지 않은 이 와인 클래스는 수백 달러짜리에서부터 50달러 안팎에 이르는 와인 4~5병을 구입해 회원 10명이 테이스팅하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둔다.
와인 클래스 회원인 새라 이씨는 “평소에 잘 마셔보기 힘든 와인을 부담 없이 사람들이 돈을 모아 구입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트 클래스


취재한 동호회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아트 클래스는 앤드류 사이어 갤러리(대표 메이 정)가 올해 초 첫선을 보인 이래 어느새 3기 수강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모임이다.
올해 3월 개강한 아트 클래스는 서양 미술사를 개괄하는 것에서부터 최근에 신학과 문학에 나타난 예술사며 미학 등 관심분야가 나날이 광대해지고 있다. 또 이 아트 클래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회원의 99%가 여성들이라는 점.
처음엔 회원으로 공부만 하던 회원들도 반년이 넘게 클래스를 듣고 토론하면서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로서 둘도 없는 친구가 돼 미술관이며 박물관 등을 함께 찾고 수다도 떠는 절친한 친구들이 돼가고 있다.
메이 정 대표는 “주부들의 경우 클래스를 듣고 나면 무언가 하루에 의미 있는 일 한가지를 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뿌듯해하는 것 같다”며 “클래스에 대한 호응이 좋아 앞으로 유럽 박물관 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 (213)389-2601

◇시사 동호회

스패니시 강사로 유명한 마틴 백 원장이 운영하는 시사동호회 ‘그라나다’에서 다뤄지는 주제도 다양하다 못해 광범위하다. 동서양 역사에서부터 민족사에다 미국 정치, 한국 시사문제까지 넓디넓은 호기심의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그라나다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게다가 회원 규모도 가장 커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모임에 60~80명이 몰려들 만큼 인기가 높다.
회원들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과 시각이 그라나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지식에 대한 새로운 창구가 없는 한인사회에 단비처럼 소중한 모임”이라고 입을 모아 자랑한다.
문의 (213)381-0041

◇와인 클래스

올해로 꼭 3년째를 맞는 와인 클래스는 와인 전문가들의 모임이라기보다는 와인을 사랑하고 관심 있어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와인을 종류별, 국가별로 긴 이름을 달달 외우는 이들이 아니라 좋은 와인을 함께 나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는 이들이 의기투합 뭉친 모임이다. 일반에게는 오픈되지 않은 이 와인 클래스는 수백 달러짜리에서부터 50달러 안팎에 이르는 와인 4~5병을 구입해 회원 10명이 테이스팅하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둔다.
와인 클래스 회원인 새라 이씨는 “평소에 잘 마셔보기 힘든 와인을 부담 없이 사람들이 돈을 모아 구입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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