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범한 음식은 싫다 ‘작품’을 먹는다

2006-09-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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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김치+갈비 고추장+파스타 등
숱한 시행착오 거쳐 개발해 히트퓨전 레스토랑 ‘미루 8691’

문을 연지 3개월밖에 안된 한인운영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이 미국 최고의 식당 가이드라 할 수 있는 ‘자갓’(Zargat) 선정 2007년도 레스토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LA 매거진’ 등 주류 언론도 취재 열을 올렸다. 광고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점심, 저녁때면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이쯤 되면 무엇인가 있으리라 기대되지 않는가?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퓨전 아시안 레스토랑 ‘미루 8691’(Miru 8691)를 찾았다.
평범치 않은 이 업소명은 셰프이자 업주인 정미루씨가 자신의 이름 ‘미루’와 아내 줄리 김씨가 태어난 해인 ‘1968’을 거꾸로 붙여 만들었다. 이 식당의 셰프는 정미루씨와 동생 정두희씨, 동료 캘빈 리베라 3명으로, 정통 스시학교를 거친 후 한인타운 일식 집에서 경험과 감각을 쌓은 실력 있는 신세대 요리사들이다.
‘복고풍 퓨전 아시안’이라는 다소 생소한 컨셉에 호기심으로 메뉴를 살펴보니 매운 상어 지느러미 요리, 크랩 케이크, 사시미와 각종 스시, 롤, 샐러드와 스테이크, 갈비, 테리야끼, 햄버거, 파스타 등 군침 돌게 하는 먹거리가 가득하다.
이중에서도 주방장 정미루씨가 추천하는 인기메뉴는 ‘베이즐 참치’(Basil White Tuna)와 ‘아히 타르타르’(Ahi Tartar), 갈비요리, ‘페투치니 고추장’, 디저트 ‘크리스피 바나나 스플릿’이다.
유자와 식초를 섞어 만든 새콤달콤한 소스에 살짝 튀긴 베이즐과 차가운 흰 참치를 곁들인 애피타이저 베이즐 참치는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 살과 고소한 베이즐 맛이 어우러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훌륭한 맛을 자아낸다. 토마토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살사 위에 다진 참치 살을 얹어낸 아히 타르타르는 새콤한 망고소스로 맛을 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며, 백김치를 깔고 양념없이 구운 생 갈비를 얹은 후 테리야끼 소스, 표고버섯을 곁들인 갈비요리는 고기의 맛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는 든든한 메인 메뉴다. 또 고추장으로 맛을 내 느끼하지 않고 매콤한 맛이 일품인 페투치니 고추장은 김치 없이 못 견디는 ‘토종’ 입맛의 한인들에게 안성맞춤인 메뉴, 디저트로 나온 크리스피 바나나 스플릿은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 입맛을 깔끔하게 정돈해 주는 품위있는 디저트다. 모든 음식들이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을 만큼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는데 그 음식들의 모양과 자태 역시 뛰어나 미각은 물론 시각까지 대 만족!
퓨전이라 하면 각종 메뉴들을 가져다 붙여 만들어낸 어설픈 요리들이 많은데, 미루 8691의 퓨전요리는 정미루씨와 줄리 김씨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작품’이라 빼어난 완성도를 갖춘 음식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특히 줄리 김씨의 공이 컸다고 한다. 정미루씨는 아내를 위해 음식을 즐겨 만들었는데, 한국식 입맛을 가진 줄리씨는 정씨가 “아내만큼 입맛 까다로운 사람을 처음 봤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웬만해서는 만족시키기 어려웠다는 것. 정씨는 아내의 까다로운 ‘검증’을 받은 음식만을 골라 미루 8691의 메뉴에 내 놓았다고 하니 그만큼 자신 있는 메뉴들이라는 뜻이다.
미루 8691의 탁월한 맛의 또 다른 비결은 호르몬 없이 자란 고기와 들판에서 뛰어 놀던 닭, 양질의 게 등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것. 정씨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든다”고 설명하는데, 양질의 재료와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루 8691은 검은색 실내 인테리어와 대나무가 어우러져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오리엔탈 풍의 분위기. 사케와 소주, 칵테일과 와인 등 주류를 갖춰놓아 기념일이나 생일, 축하파티를 위한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정씨는 장차 라스베가스와 뉴욕, 일본, 한국 등지에 분점을 내 세계적인 셰프로서 이름을 날리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이를 토대로 먼 훗날 한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기이한(?) 포부를 진지하게 밝혔다. ‘큰 꿈’을 품은 젊은 셰프의 승승장구를 기대해본다.
아히 타르타르 12달러, 참치요리 19달러, 케이전 아히 18달러, 각종 롤 8~14달러, 메인요리 10~35달러, 파스타와 우동 8~10달러. 디저트 5~6달러. 런치 스페셜은 각종 롤 4~7달러. 테리야끼 치킨, 오렌지 치킨, 갈비, 테리야끼 연어 콤보메뉴 8.95~13.95달러.
월~토요일 런치 오전 11시반~오후 3시, 디너 오후 6~11시, 일요일은 저녁만. 주소와 전화번호 9162 W. Olympic Blvd. Beverly Hills, (310)777-8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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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백김치 위에 갈비와 야채를 얹고 데리야끼 소스를 곁들인 갈비요리. 매콤한 페투치니 고추장은 한인 입맛에 그만이다. 새콤한 망고소스와 신선한 살사, 담백한 참치가 어우러진 아히 타르타르. 부드러운 흰 참치와 바삭하게 튀긴 베이즐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얹은 참치 요리.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크리스피 바나나 스플릿. 검은색 식탁보와 대나무를 매치해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글·사진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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