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신감 키워주기

2006-08-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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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우리 엄만 자기밖에 몰랐어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만 해야 가만히 계시고 아닐 땐 그냥 이게 틀렸다 저게 잘못됐다 하시고 도대체 만족하실 때가 없으셨어요. 나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난 우리 엄마처럼 안 하려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내 딸을 자신감 있게 키우려고 했는데 이젠 16세 된 딸이 날 보고 ‘엄만 never happy’하며 나한테 소리를 막 지르며 자기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얘를 어떻게 해야 하죠?”
“난 솔직히 말해서 좋은 아빠가 뭘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내가 자신감이 없어서 애를 좀 자신감 있게 키우고 싶었는데 아마 방법이 잘 못됐었나 봐요. 내 머리 속엔 야단치고 매 때리고 내쫓는 것 그런 것밖엔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14세짜리가 이젠 나하곤 말도 안하고 애들하고도 잘 못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다 저 잘 되라고 그런 건데 애가 저렇게 되어버렸어요.”
많은 부모들의 답답한 마음의 호소이다. 부모된 우리의 최선과는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버리고 마는 경우들이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현재 지식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꼭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신 분들이 많이 있다.
좋은 부모란 내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그것을 열심히 심어주는 부모이다.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자신감 있고 생동감 있고 창의적이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적극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 필요한 것들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부모로서 그렇게도 심어주기 원하는 그 자신감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자신감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자긍심이랄까? 자신을 생각할 때 흐뭇하게 느끼게 하는 자기 이미지에 대한 자신감(self-image confidence)이 있고, 다음엔 인간 관계를 잘 유지하는 관계에 대한 자신감(relationship-confidence), 그리곤 자기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성취에 대한 자신감(achievement-confidence)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세 자신감을 다 심어줄 수 있으면 내 아이의 장래의 성공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3요소를 갖춰 주는 것이다. 이 중 자기 이미지에 대한 자신감은 성취와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갖추기 위한 필수 기초석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이런 자신감에 차 있으면 아이들은 생동감이 넘치며 생동감이 넘치는 아이들이 창의력을 빨리 개발시킬 수 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나? 자신감이란 어느 날 갑자기 “아! 나는 자신감이 많은 아이야” 하고 깨닫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아이가 태어난 그 시각부터 매일의 일상생활 속에서 순간 순간 보고 듣고 당하는 경험의 결정체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 가정의 분위기, 즉 나를 키워주는 분들의 말, 어조, 말의 내용들, 주고받는 행동의 모습들, 서로 주고받는 눈길의 분위기 등등에서 경험되는 느낌들이 아이의 두뇌에 서서히 기록이 되면서 ‘좋다’ 내지는 ‘나는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이 심어지는 것이다.
특별히 자기 이미지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그러하다. 어느 아이도 태어날 때부터 “난 정말 별 볼일 없이 태어났어. 잘 하는 게 하나도 없잖아 젠장!” 한다든지 “아 그러면 그렇지! 사람이 세상에 나오려면 나처럼 태어나야지! 난 뭐든지 할 수 있어!”하고 태어나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아이들이 3천억이 넘는 뇌세포를 갖고 태어나지만 자기 이미지에 대한 자신감은 가장 가까운 주위 환경 속에서 체험하는 경험 속에서 서서히 그 강도가 결정지어지는 것이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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