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섬들을 답사하고 다시 2시간 반 정도 30인승 배를 타고 푸노만을 빠져 나오니 바다와 같은 티티카카 호수의 넓은 모습이 나온다. 잉카의 창시자인 ‘망코카파크’가 태양의 섬에서 태양신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이 호수는 잉카 시절부터 신성시 되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 호수는 세계에서 제일 높을(3,850m) 뿐 아니라 넓이에 있어서도 단연 돋보인다. 가장 긴 곳의 길이가 190km, 폭이 64km, 수심이 280m 정도로 건너편이 보이지 않아 바다 같이 보인다.
호수의 넓이가 8,560평방km이니 여의도 섬의 1,000배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이 호수에 떠 있는 섬은 20여개 정도. 그 중 푸노만 입구의 타킬레 섬에 도착, 마지막 산행을 하기로 했다. 이 섬은 넓이가 6평방km로 평지는 없고 하나의 큰 산이다. 오르는 산길은 가파르지 않지만 높은 지역이라 숨이 차다. 인구는 350가구(약 2,000명) 정도며 계단식 밭에서 농사를 짓고 어업에 종사한다. 1900년초에는 정치범 유배지였다고 한다. 차길이 없으니 자동차도 없고 오직 걸어서만 무거운 짐을 메고 산길을 오르내린다. 물론 전기도 수도도 없다. 오르는 길에 4-5세 되는 형제 꼬마 세명과 사진을 찍자고 하니 손을 내민다.
잔돈이 없어 큰 아이에게 5솔을 주고 손짓으로 나누어 가지라고 하니 두 동생이 빈손을 내민 채 울어 버린다. 목욕은 몇달을 하지 않았는지 때 투성이다. 산중턱 마을에 조그만 광장이 나오고 성당 앞엔 기념품상이 있는데 어린아이들이 기념품을 들고 따라온다. 계속 따라오는 성의에 몇개씩 사준다. 마을을 지나 계속해서 산길을 오르는데 산소가 부족한 높은 지대라 모두들 숨이 차서 입술이 푸르고 기진맥진 한다. 안내원이 길옆의 민트 종류 나뭇잎을 따서 주며 입에 물고 또 코 앞에 대고 숨을 쉬라고 한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계단식 밭 사이길은 넓은 돌로 깔려 있고 중간중간에 돌을 쌓아올린 아치식 큰 돌문을 통과하여 정상에 오르니 고대 유적인 돌 성벽 안의 광장이 나온다. 큰 나무가 자라지 않는 둥근 모습의 이 섬과 바다와 같은 티티카카 호수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다. 늦가을 날씨처럼 시원하고 맑아서 지도를 보는 것 같이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섬들과 동쪽 방향으론 아득히 볼리비아 국경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이 있는 호수에 떠 있는 섬의 산봉에(4,050m)서 기념촬영을 하려고 BANNER를 펴니 바로 옆의 관광객 한팀이 함께 찍자고 한다. 아리조나 투손시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는 3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여 배를 타고 푸노항구로 3시간이 걸려 되돌아오는데 갈대섬이 있는 갈대 늪의 뱃길을 한 시간 정도 통과할 때는 석양이 되고 광활한 갈대만의 저녁노을은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다음날 일요일(마지막날) 오후 4시 반 뉴욕행 비행기 일정에 맞추어 오전에는 푸노 시내 관광을 했다. 가는 날이 또 장날이다. 장터 길바닥 양 옆을 시골에서 메고온 각종 농산물, 과일, 해산물과 사러온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어릴때 보던 한국 시골장터와 똑같다. 부근의 중심가 마르마스광장에도 퍼레이드 행렬과 축제가 열린다. 우리 대원들은 많은 잉카문명 유적들과 진기한 인디오(원주민)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고 오후 늦게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창문으로 안데스 산맥의 석양에 눈덮힌 연봉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본다. 잉카인들은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무참히 정복은 당했지만 사라지지 않고 혼혈(Mestizo)로 살아남아 주된 세력이 되어가서 유명한 노래 엘콘도르파사의 한 구절 전능하신 콘도르(하늘을 지배하는 독수리 신)여 나와 잃어 버렸던 나의 잉카 형제들을 안데스의 고향으로 데려가 주오 라고 외치듯이 우주의 윤회 법칙에 따라 후손들이 다시 미래의 잉카 문명을 재건설 하게 될 것이라고 예감해 본다. <홍종학 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