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자도 빈민도 없는 덴마크

2006-05-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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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 빈민도 없는 덴마크

노동자를 위한 주말별장.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싼값에 리스 해주고 있다.

부자도 빈민도 없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관광보트 안내원. 운하가 많은 코펜하겐에서는 보트를 타고 시내를 돌아봐야 시의 윤곽을 파악할수 있다.

노동자 위한 주말별장 정부에서 대여, 실직해도 전액 가까운 봉급 수령

국민 95%가 노조가입

덴마크는 노동임금이 높은 대신 물가가 비싸다. 조그만 물 한 병에 3달러고 웬만한 식당에 가서 점심 먹으면 30달러다. 래디슨 호텔급이 하루에 350달러다. 샤핑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스웨덴, 핀란드도 그렇지만 덴마크도 관광거리가 별로 없다. 코펜하겐의 제모습을 보려면 관광보트를 타고 운하를 한바퀴 도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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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항구에 있는 인어 동상. 별 것 아닌데 관광객들이 몰린다.

코펜하겐 관광의 불가사의는 항구에 있는 ‘작은 인어’ 동상이다. 안델센(사진)의 동화에 나오는 인어를 동상으로 만들어 놓은 별 것 아닌 작품인데 이것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버스로 몰려든다. 안델센이라는 이름이 유럽을 벗어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1952년 할리웃에서 만들어진 대니 케이 주연의 영화 ‘원더풀 코펜하겐’이 상영된 이후부터라고 한다. 영화에 등장한 ‘작은 인어’ 동상도 덩달아 유명해졌다는 것이 관광안내원의 설명이다. 안델센(1805~1875)은 여행을 많이 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남긴 “산다는 것은 여행한다는 것이다”라는 말은 세계 여행업계의 금언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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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의 명동 감멜거리. 차는 들어오지 못한다.

그룬드비히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덴마크의 교육은 매우 독특하다. 입시 위주와는 전혀 다른 건전한 인간 만들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고교에서는 학업보다 여행, 댄스, 음악, 외국어, 스포츠 등에 교과 무게를 두고 있다. 덴마크인은 네덜란드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영어 잘하는 국민에 속한다. 덴마크인은 해외에 나가면 외국인에게 친절한데 자기 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무뚝뚝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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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핑하러나온 여성들이 상점옆에 세워놓은 자전거들.

스포츠로 몸이 다져져서 그런지 번화가인 감멜 거리를 오가는 여성들을 보면 하나 같이 늘씬하고 미인이다. 덴마크에는 빈민도 없고 부자도 드물다.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해 노후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실직해도 봉급의 3분의2를 받는 대신 떼어 가는 세금이 엄청나다. 정직하고, 경제적으로 풍부하고, 부지런하고, 깨끗하고, 검소한 국민들이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에 꼽히는 데도 자살률이 높아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덴마크는 날씨가 험해 아침에는 번개 치다가 오후에는 개이기 때문에 택시기사에게 날씨를 물어보면 “덴마크 날씨는 아무도 모르죠”라고 대답한다. 또 겨울에는 밤이 길고 낮이 짧아 캄캄한 아침에 출근했다가 캄캄한 밤에 퇴근한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가 많다.
“두 사람만 모이면 덴마크인은 협회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 95%가 노조에 가입해 있고 75%가 두 개의 노조회원을 겸하고 있어 덴마크는 공동체의 나라나 다름없다. 덴마크가 어떤 나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코펜하겐 변두리에 있는 주말 별장이다. 이 별장은 원래는 쓰레기 하치장이었으나 개간해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것으로 시내 아파트에 사는 저소득층이 주말에 나와 가족들과 쉬는 독립가옥이다. 정원에 갖가지 꽃이 피어 있고 정성 들여 가꾸어져 있어 노동자의 별장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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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는 무슬림이 30만이지만 코펜하겐에는 회교사원이 없다.

덴마크에는 그룬드비히, 킬케골 등 유명한 사상가들이 있는데 생각 외로 이들의 기념관이 없어 놀라게 된다. 영화 ‘Out of Africa’에 나오는 여주인공 블릭센 부인은 실재 인물로 덴마크에서는 알아주는 소설가인 모양이다.
덴마크는 옛날 덴마크가 아니다. 농업국에서 벗어나 지금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전자제품 생산업에 치중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가 의료기구다. 덴마크는 겉보다 속을 들여다봐야 하는 나라다. 코펜하겐 관광은 그저 그렇다. 덴마크인의 생활과 관습이 배울 점이 많은데 잠시 지나가는 관광객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이 유감이다.

이 철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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