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7년된 육수로 삶은 족발 맛? “예술”

2006-05-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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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평안도 왕족발

살코기-비계-껍질 ‘찰싹’붙어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 일품
‘장충동 원조 맛’ 그대로 공수
개업 한달 불구 단골도 수두룩

“족발이 다 거기서 거기지, 머 특별한 거 있겠어 하시던 분들도 모두 저희 집 족발을 드시고 나면 너무 맛있다고들 하세요. 더구나 족발을 처음 먹어보신다는 여자 분들, 한번 든 젓가락을 여간해서 놓지 않으시던 데요”
4가와 웨스턴에 위치한 장충동 평안도 족발집 사장 잔 양씨의 설명이다. 문을 연지 이제 한달 남짓 정도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족발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족발 제대로 만드는 집’이라는 칭찬을 심심찮게 듣는다고 한다. 한번 이곳 족발을 맛본 사람들은 계속 이 집만 찾는 데다 LA에서 멀리 떨어진 샌디에고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로지 족발’ 먹으러 달려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을 정도라니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작은 접시에 맛보라며 가지런히 썰어 나온 족발을 본 순간 ‘족발이 저렇게 때깔이 고왔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다. 특히 족발의 살코기와 비계 및 껍질 부분이 서로 보기 좋게 붙어 있는 모양이 한눈에도 ‘정성 들여 제대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 일단 모양은 합격.
순수한 족발의 맛을 보기 위해 한 점 집어 새우젓에 찍어 먹어보니 모양을 능가하는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살코기는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하고, 하얀 비계와 번드르르한 진한 갈색 껍질은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한마디로 ‘예술’이다.
족발과 새우젓만으로도 맛의 진수를 느낄 수 있지만, 더 맛있는 족발을 즐기려면 함께 서브되는 사이드 디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추에 싸 먹을 때는 마늘에 쌈장을 듬뿍 찍어 함께 먹고, 쌈 싸먹기 귀찮다면 빨갛게 무쳐 나오는 무채와 할라피뇨 장아찌를 족발 위에 듬뿍 올려 한입에 넣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맛도 맛이지만 족발은 피부 미용과 관절에 좋은 젤라틴 뿐 아니라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이 풍부해 여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먹거리다. 이뿐 아니다. 아미노산이 풍부해 알콜 해독과 숙취 예방은 물론 수은이나 납 등의 중금속의 독소를 몸밖으로 배출해 주므로 여러모로 고마운(?) 건강 음식인 셈이다.
맛있는 족발 만드는 비결을 묻자, 그 비결은 이경순 할머님의 육수에 있다고 대답한다.
“저희 이모님이 이경순 할머니라고 장충동에서도 맛으로 알아주는 족발 집을 운영하세요. 40년 넘게 족발 삶을 때 사용하던 육수를 버리지 않고 계속 양념장을 부어 끓이고 또 끓이고 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그 육수가 저희 집 족발의 맛을 내는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신주단지 모시듯 제일 귀한 대접을 받는 이 육수를 큰솥에 붓고 핏물 빼고 손질한 족발을 넣고 2시간 30분 정도 센 불에 펄펄 끓이면 돼지 족발에서 기름이 쏙 빠져 나와 반은 삶아지고 반은 튀겨지듯 꼬들꼬들하게 삶아진다. 이렇게 삶으면 비계와 껍질이 흐물흐물해지는데 이를 바로 써는 것이 아니라 보기 좋게 놓고 삶은 시간만큼 잘 식혀야 비로소 우리가 먹는 모양의 족발이 완성된다. 육수에 삶는 동안에도 계속 뒤집어주어야 한다니 족발 하나 만드는데 들이는 공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처음 이곳을 오픈 할 때도 이모님이 직접 방문해 모든 걸 준비해 주셨는데, 한국에서 쓰던 40년 넘은 육수를 냉동실에 꽁꽁 얼려 직접 가지고 오셨더라구요. 그 육수에 족발을 삶았으니 저희 집에 오시면 ‘장충동의 맛 그대로’인 족발을 맛볼 수 있답니다”
장충동 평안도 족발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이경순 할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 장충동에서 먹는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한국에서 쓰는 접시도 그대로 사용하고 곁들여 나오는 반찬 역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족발 외에도 직접 갈아 만든 녹두로 만든 두툼하고 먹음직스러운 녹두전과 막국수는 물론 매콤한 양념에 볶은 매운 족발 볶음과 돼지 목뼈로만 만들어 더욱 구수한 감자탕도 맛볼 수 있다.
주소는 425 S. Western Ave. #E. LA. 90020 전화는 (213)386-3535. 한인타운 내 배달 가능.


부드러운 살코기와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인 껍질과 비계가 예쁘게(?) 어우러진 족발. 큰 접시가 29.99달러, 작은 접시가 24.99달러. 4가와 웨스턴에 자리 잡은 장충동 평안도 족발집 입구. 맛있는 족발을 만드는 비결인 이경순 할머니의 47년 된 육수. 간장과 생강이 듬뿍 들어가며 다른 재료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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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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