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빵 유럽스타일 어때요

2006-05-10 (수)
크게 작게
빵 유럽스타일 어때요

▲매일 구워 프레시한 빵을 들고 포즈를 취한 유로 파네 베이커리 주인 장수미씨.

■유로 파네 베이커리 장수미씨
이탈리아식 오믈렛 프리타타
프랑스식 타르트 키쉬 등
제철 재료로 본고장의 맛
패사디나서 12년째 큰 인기

한인타운에 살다보면 사실 남부러울 게 하나 없다. 특히 맛있는 빵에 관한 한 말이다. 엄연한 LA 한복판이지만 한국의 내노라 하는 유명 빵집을 골라가며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인데, 미국에서 산다지만 빵집에서 골라잡는 건 대부분 소보로 빵 아니면 팥 빵 정도로 한국 입맛 그대로 손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패사디나(Pasadena)의 유로 파네 베이커리(Euro Pane Bakery)에 다녀온 후로는 이런 편리한 환경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콜로라도 블러버드(Colorado Blvd.)에 위치한 유로 파네 베이커리(Euro Pane Bakery)는 오전부터 아침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손님들은 모두 이곳이 자기 집 식탁인양 편안하게 앉아 아침메뉴 선택을 위해 이곳 여주인에게 스스럼없이 묻는다. ‘수미, 오늘의 수프는 뭐야?’ ‘오늘 맛있게 구워진 건 어떤 빵이야?’ 하면서 말이다.
간호사 출신의 1.5세 한인 장수미씨. 그녀가 유로 파네 베이커리를 운영한지 12년이 되어가니, 이곳에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 웬만한 손님들은 모두 가까이 사는 이웃으로 ‘가족’이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사장’이라는 호칭대신 그녀의 이름인 ‘수미’를 연발하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피어날 수밖에.
오랜 세월동안 한결같이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내는 유로 파네 베이커리의 맛의 비결을 묻자 장수미씨는 ‘지금도 맛있는 빵 만들기에 관한 공부중’이라는 겸손한 대답으로 대신한다. 가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곳에서 만드는 빵은 모두 유럽스타일인데 그중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안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캘리포니아에는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 재료가 많잖아요. 유럽식으로 만든 빵이지만 이곳에서 나는 재료에 제 스타일로 레서피를 바꿔 만듭니다. 달기만 한 케이크보다는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설탕의 양을 조절한다든지 과일 타르트도 계절에 따라 넣는 재료가 달라진다든지 하는 식이죠”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계절적으로 가장 맛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과 화학적으로 만든 이스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천연 이스트와 오랜 시간을 두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는 슬로우-라이즈 브레드(slow-rise bread)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녀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가까운 곳에 있는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을 제 집 드나들 듯 한다. 요즘은 아스파라거스, 오렌지, 딸기 등이 제 맛인데, 계절에 맞는 재료의 맛은 어느 누구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
또한 인공 이스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드는 슬로우 라이즈 브레드지만 이 과정을 거쳐 만든 빵들이 훨씬 맛이 좋고 향도 풍부하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먹는 것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남들에게 맛있는 것 퍼주기’를 좋아한다는 것. 그녀 역시 그녀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인가보다. 꽤 높은 연봉을 받던 간호원이란 직업을 미련 없이 그만두고 동네 빵집 사장님이 되었으니.
젊은 시절, 간호원으로 중환자실 병동에서 근무한 그녀는 병실 식구들과 팟락 (potluck)으로 음식을 준비하면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즐거움을 느꼈고, 그럴수록 혼자 요리 공부에 정진(?)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요리 잡지에 소개된 온갖 요리를 하나씩 만들어 보는 것으로 시작하다 아예 전문적으로 쿠킹 클래스까지 듣게 되었다.
특히 빵을 좋아했던 그녀는 결국은 간호원을 그만두고 빵 만들기 하나에 목숨을 걸게 된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패스트리 스쿨과 프랑스 파리의 르노트르(Lenotre)의 패스트리 과정을 수료하고 라브레아 베이커리(La Brea Bakery), 포 시즌 호텔(Four Season’s Hotel) 등에서 패스트리 셰프로 일한 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든 유로 파네를 오픈 하게된 것.
이 모든 것이 12년 전의 일이지만, 그녀는 아직도 1년에 한번쯤은 프랑스와 이태리를 방문해 빵 만들기에 관한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배우는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가오는 10월에도 이태리의 작은 농장에 들러 그 고장의 빵에 대해 공부할 예정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유로 파네에 들렀다고 낯설어 보이는 빵 선택에 망설일 필요도 없다. 어떤 걸 선택해도 후회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구워낸 다양한 종류의 빵은 모두 기대 이상으로 맛있으니 고민할 필요 없이 그때그때 입맛 당기는 걸 고르면 최고의 선택이 된다.
담백한 아침 식사를 원한다면 이탈리안 버전의 오믈렛인 프리타타나 밀가루 반죽 대신 감자로 만든 크러스트에 구워낸 프랑스식 타르트인 키쉬도 맛있다. 모두 두툼한 달걀에 요즘 최고 맛있는 제철 야채를 듬뿍 썰어 넣고 만들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여기에 계절마다 달라지는 ‘오늘의 수프’까지 곁들인다면 밥, 국, 김치 먹는 것 못지 않게 든든하다.
간단하게 먹고 싶다면 겉은 바삭하고 겹겹이 층이 부드러운 크로아상에 커피 한잔이나 부드럽게 넘어가는 브레드 푸딩도 좋겠다. 여기에 그 시즌에 제일 맛있는 과일로 만든 푸룻 타르트 하나 먹으면 상큼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점심이면 갓 구워낸 다양한 빵에 신선한 야채와 직접 구운 터키로 만든 샌드위치도 인기인데 프랑스 빵인 바게트, 이태리 빵인 치바타, 올리브, 로즈마리, 건포도를 넣어 구운 빵 등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HSPACE=5

디너용 브레드


HSPACE=5

키쉬와 프리타타

HSPACE=5

브레드 푸딩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